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전기'에 대한 몇가지 오해

전력인으로 살아온 지 어느덧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전기’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전기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바로잡아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 전기가 최초로 도입된 1887년 당시 경복궁 내 건청궁에서 전등불을 밝히는 시등회가 열렸는데 참석자들은 깜깜한 밤을 대낮처럼 밝히는 진귀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그 후 가로등이 설치되자 이를 ‘귀신불’이라고 부르며 그 앞을 지나칠 때는 부정(不淨) 타는 것을 막는다고 부채나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전차가 장안의 명물이었지만 고종황제는 전차의 모양이 상여를 닮았다고 하여 안 탔다고 하니 전기라는 새로운 문물에 대한 오해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이야기들이 우습게 들리는 요즘에도 전기에 대한 오해가 있다. 그중 하나가 ‘전기세’라는 말이다.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께서도 생전에 전기요금을 종종 전기세라고 하셨다. 몇 번이나 설명드려도 마찬가지였다. 세금(稅金)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필요 경비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징수하는 돈’이고 요금(料金)은 ‘자신이 물건을 사용했거나 소비한 대가로 지불하는 돈’을 뜻한다. 전기나 수도와 같은 방대한 설비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반강제적으로 정액제로 사용하도록 했다. 설치비를 장기간에 걸쳐 회수하므로 초창기 사용자 입장에서는 세금과 같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기는 각 가정에서 쓴 만큼 그 값을 지불하는 것이니 전기세가 아닌 전기요금이 맞는 말이다. 흔히 사글세나 월세(月貰)와 같이 ‘전기세’라고 생각하지만 월세의 ‘세(貰)’는 ‘세놓은 물건을 쓴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라는 뜻의 또 다른 한자어다. 마찬가지로 수도세가 아닌 ‘수도요금’이 맞는 표현이다. 또 다른 오해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원자력발전을 원자폭탄쯤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원자폭탄은 가공할 위력으로 폭발하도록 만들어진 것이고 원자력발전소는 전기를 생산하도록 최고의 안전기준을 적용해 건설된 시설이다. 원자폭탄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 원자력발전은 국내 전력 수요의 약 40%를 공급하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안전하고 풍부하게 공급하는 일에 불철주야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국민들도 ‘우리가 한때 원자폭탄과 원자력발전을 혼동했었지…’ 하며 오해를 풀고 웃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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