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日銀의 엔高저지 정책 환영

지난 1일 엔화가 1달러=100엔에 육박하는 강세를 보이자 일본은행(日銀)은 개입자금까지 이용해 풍부하고 탄력적인 자금공급에 나서겠다는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총재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일은이 시장개입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실상 개입자금을 방치하는 정책을 구사한 것이다. 일은이 「시장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자세를 바꾼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하야미 총재가 이례적인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일일 금융조절에 따라 해외 헤지펀드 사이에 투기적 엔화 매수세가 확장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담화문 에서 「외환시장에 있어 대장성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굳이 강조한 것은 지난 가을 엔고를 둘러싼 대장성과의 관계 악화가 투기적인 엔화 매수세력를 부추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은 입장에선 대장성과 협력하에 엔고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시장에 사전 표명할 필요가 있었다. 일은이 사실상 개입자금을 시장에 방치하기로 한 것은 시장개입 효과를 높임과 동시에 금융완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금융조절을 통해 개입자금을 흡수한다면 개입 효과는 상쇄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13일 정책결정회의에서 일은은 제로금리정책 지속과 동시에 금융조절수단을 확대키로 결정, 외환배려형 정책 운영 방침을 세웠다. 이번 개입자금의 시장 방치는 이런 방향 전환을 구체화한 것이기도 하다. 경기가 가까스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으나, 소비나 설비투자 등 민간수요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지금 엔고가 계속된다면 겨우 회복세를 탄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일은이 개입자금 방치를 통한 엔고 저지태세를 명백히 한 것은 더욱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 일은이 더이상의 금융완화에 난색을 표하는 점도 이해는 된다. 장기국체 매입을 대폭 늘리는 등의 대응은 심각한 경제 비상사태가 아닌 이상 받아들여질 수 없다. 정부나 여당도 일은의 엔고 저지를 환영한다면, 이와 함께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도 존중해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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