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신라텍스/노사 똘똘뭉쳐 위기 극복(중기 홀로서기)

◎타계한 남편 뒤이어 사장 변신 경영난 떠맡아/신보도움 시설자금 충당 거래처도 전폭 지원/자동화 구축 성공 종업원에 사원주택 마련도경북 청도군에 있는 삼신라텍스의 이재생 사장(43)은 불과 4개월전까지만 해도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바쁜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러나 요즘 이사장은 전문기관의 경영자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가 하면 위험물안전관리 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늦깎이 경영자로서 하루빨리 배워야 할게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지난 7월, 25년동안 가정용 고무장갑사업을 경영해온 남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뒤를 이어 경영자로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회사를 경영할 때만해도 이사장은 간단한 경리업무나 종업원들에 대한 식사 준비만 거들어주었을 뿐 경영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더욱이 사고가 났던 당시 삼신라텍스는 고무장갑 자동화제조설비를 도입하는 등 사업이 막 본궤도에 올라 서려고 할 시점이었다. 이사장의 남편인 마숙권씨는 81년부터 고무장갑 제조업에 뛰어들어 88년 지금의 청도군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침지기 및 원재료 저장탱크같은 기계설비를 확충하는 등 꾸준히 사업규모를 늘려왔다. 또 Q마크와 KS마크를 획득하면서 나름대로 기술 개발에도 주력해 거래처에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5월부터 대량 생산체제 및 품질 고급화를 목표로 자동화설비 구축에 나섰지만 외주과정의 문제점으로 인해 제작비가 당초 예상보다 두배이상 들어가고 납품을 제때 못맞추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가까스로 공장이 정상화된 것이 바로 7월초였다. 처음 사고소식을 접했을때 이사장은 아예 회사를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이사장은 30여명의 종업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남편이 추진하다 미처 끝맺지 못한 자동화설비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한 집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때 신용보증기금 경산지점(지점장 이덕모)의 지원과 격려는 이사장의 사업의욕을 지피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신보는 이사장과 함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회사의 실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자금 대출을 부탁했다. 결국 금융기관들은 대출에 응해 주었고 삼신라텍스는 급한대로 시설자금을 충당할 수 있었다. 일찍부터 삼신라텍스의 신용도를 높이 평가하고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마미손은 이사장이 회사를 떠맡은 이후에도 주문을 줄이지 않았고 원·부자재 공급업체도 물량 공급을 중단하지 않았다. 종업원들 역시 동요없이 생산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사장의 형제들도 자금을 만들어 재정지원을 해주었다. 남편이 손을 댔던 자동화 기계설비는 마침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연간 50만족의 대량 생산규모를 갖추었다. 물론 불량률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이사장은 지금도 공장벽 여기저기에 남편이 싸인펜으로 새겨놓은 온도 수치나 작업진행표시 등을 볼때마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사장은『주변 사람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의 삼신라텍스가 존재할 수 있었다』면서 묵묵히 맡은 일에 힘써온 종업원들에게 보답하는 뜻에서 앞으로 공장근처에 사원주택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평소 즐겨입던 개량한복도 이제 바지로 바꿔입어야겠다며 미소를 띄우는 이사장은 다도사범증까지 보유하고 있을 만큼 다에 일가견을 갖고 있지만 요즘은 바빠서 이를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 이사장은『삼신라텍스를 견실한 기업으로 키워 나가는 것만이 남편의 뜻을 살리는 길』이라면서『그동안 도와주신 분들께 실망을 주지않기 위해서라도 항상 노력하고 배우는 자세로 회사를 경영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서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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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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