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입법부(국회)와 행정부(국무조정실)가 여론에 대처하는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입법부 국회의원들은 '반(反)부패법'으로 알려진 김영란법은 통과시키면서도 어린이집 CCTV 의무설치조항을 담은 영유아보육법은 부결시켰다.
한 여당 의원은 "김영란법의 문제점은 많지만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면 다음 선거(2016년 총선)에서 역풍을 맞는다"며 실명 공개를 극구 거부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불과 하루 만인 4일 법안을 통과시킨 당사자들이 수정보완 의견을 내놓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원인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영유아보육법 부결의 가장 큰 이유로는 지역구 표심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어린이집 원장들의 반대가 꼽힌다. 법안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과도한 '표심(여론) 눈치 보기'의 결과다.
반면 행정부는 여론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14년도 정부 업무평가 결과에 따르면 최상등급인 '우수' 평가를 받은 장관급 기관에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가 포함됐다. 선정 사유는 기재부의 경우 공공기관 정상화 기여, 투자 증가로 경제성장 견인, 복지부는 기초연금제도 도입, 의료비 부담 대폭 경감 등이었다.
내수 침체 등으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빗발치는 상황을 감안하면 투자 증가, 경제성장 견인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이에 더해 올 초 벌어진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란을 떠올리면 "정부정책의 성과에 대한 국민의 체감에 보다 중점을 뒀다"는 국무조정실의 설명이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땅콩 회항' 사건을 부실하게 조사했다는 비난이 빗발쳤던 국토교통부도 우수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국정과제, 규제개혁,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 등으로 구성된 평가 기준이 모든 부처에 적용돼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외교부가 규제개혁을 하려면 여행 금지구역을 풀어야 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하려면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가장 잘한 일로 '외교'가 꼽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지적이 힘을 얻는다.
선거로 당선되는 국회의원들은 여론을 너무 의식하고 시험으로 선발된 공무원들은 여론에 너무 둔감하다면 국민들은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