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상최대' 실적도 무위 "백약이 무효"

■ 주가 24P 급락 연중최저美동조화 현실로… 차별화 기대 물거품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올들어 두번째 무너지면서 또다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미국증시의 표류는 외국인 매도를 촉발, 서울증시를 약세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기업들의 사상 최대실적 등 양호한 펀더멘털도 미국경기의 회복 불투명, 증시불안이라는 큰 흐름 앞에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장기업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 결의, 주식 관련 펀드로의 일부 자금 유입조짐 등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지만 외국인 매도공세의 예봉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세상승론에 대한 신뢰감이 퇴색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증권사가 장기적인 조정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미국증시가 추가적인 하락을 보일 경우 우리 증시의 조정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증시가 안정을 되찾기 전에는 향후 장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동조화된 한미 증시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보수적인 관점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미국증시만 바라보고 있는 서울증시 지난주까지 서울증시는 엿새에 걸쳐 700선에서 지지력을 확인하는 힘든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지난주 말 미국증시 폭락에 따라 힘없이 무너졌다. 비록 그 규모가 지난주 말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외국인이 나흘째 매도공세를 벌이자 올들어 세번에 걸쳐 바닥을 확인했던 7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한미 증시 동조화'가 국내증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감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경기가 더블딥(이중침체)으로 추락한다면 한국경제만 나 홀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강력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700선이 무너진 만큼 향후 장세에 대해 맹목적인 낙관론으로 접근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700선이 저항선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급개선 요인도 단기추세를 바꾸기 어려워 서울증시에는 최근 들어 세가지 수급상의 호전요인이 등장하고 있다. 먼저 국민은행에 이어 삼성전자가 1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또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일부 유입될 조짐을 보이는 점도 수급개선 요인이다. 지난달 22일 8조9,963억원까지 줄어들었던 주식형펀드 잔액은 지난달 30일 9조1,011억원으로 1,048억원이 늘었다. 하지만 이후 이틀 동안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지난 2일 현재 3,764억원으로 평소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아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 외국인 매도충격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수급상의 호전요인은 하락기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요인은 되더라도 추세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준범 LG투자증권 투자분석팀 애널리스트는 "일부 수급개선 요인이 있지만 이는 하락속도를 늦추는 정도의 효과밖에 발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비관적인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증권사들의 투자전망 하향 조정이 잇따르면서 '대세상승'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LG투자증권이 최악의 경우 58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 이후 지난주 말 대우증권과 현대ㆍ교보증권도 목표지수를 낮추며 조정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650선 안팎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5. 전문가들은 올들어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700선이 무너진 만큼 단기적으로 '한미 증시 동조화'를 현실로 인정하고 지수전망을 낮추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지 말라는 증시의 격언에 충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조영훈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