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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취재진을 태운 버스가 현장에 도착하자 현재 높이 207m 거대한 주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공시 322㎡에 달하게 될 두 개의 주탑 중 하나는 유럽 대륙에, 다른 하나는 아시아 대륙 끝에 우뚝 서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터키 보스포루스해협의 '제3대교' 건설현장이다.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교통과 물류의 획기적 개선은 물론 향후 유라시아대륙을 달리게 될 철로가 놓이게 될 '대역사'가 우리의 기술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SK건설과 손잡고 수주해 건설 중인 보스포루스 제3대교는 일반적인 교량 형태인 사장교와 현수교가 혼합된 세계 최초의 '사장현수교'다. 총연장 2,164m,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도 1,408m에 달하는 이 교량은 사장교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며 현수교 기준으로는 세계 4위 수준이다. 나영묵 현장소장(상무)은 "특히 현수교 부분은 현대건설이 지난 2012년 개발에 성공해 울산대교에 적용하고 있는 초장대 케이블 가설장비 신공법이 그대로 사용돼 공기단축과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프루스해협을 첨단 기술로 연결한다=보스포루스해협을 오고 가는 교통량은 많지만 대륙을 잇는 교량은 현재 두 개뿐이다. 극심한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3교량 건설은 시급했다. 2013년 현대건설에 6억9,700만달러로 이 공사를 맡긴 발주처는 29개월이라는 초단기 공기를 요구했다. 나 소장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사장현수교인 보스포루스 제3대교를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짓겠다고 했을 때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현대건설이 가진 세계적인 수준의 초장대 교량 기술력과 풍부한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또 이 다리 건설을 계기로 전세계의 초장대 교량 수주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2년 총연장 36㎞의 해상교량인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교량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지난해 보스포루스 제 3대교를, 올해는 6억4,800만달러 규모의 칠레 차카오 교량공사를 각각 따냈다.
◇지하 4층 도로로 첨단 토목 선보인다=현대건설의 토목기술은 2022년 월드컵 유치로 인프라 구축에 분주한 중동의 부국 카타르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40여분 차로 이동해 왕궁과 각국 대사관 복합 주거단지 등이 밀집된 신도시 루사일에 도착했다. 도하의 도로 지형을 바꿀 루사일 고속도로 현장이다.
현대건설은 루사일과 도하의 신 중심지 알와다 인터체인지까지 6㎞에 이르는 고속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고속도로 공사 현장임에도 수십여대의 굴삭기들이 20~30m 깊이로 땅을 파 내려가는 모습에 의아해하자 현장 관계자는 "루사일 고속도로는 지상과 지하구간으로 나뉘며 지하의 경우 최대 4개의 복층 도로가 들어서는 난도가 높은 공사"라고 귀띔했다. 게다가 공사 중 필요한 우회도로 건설과 고압전선·상하수도 시설 등 땅속에 묻혀있는 15종류의 지중물 임시 이전 등 작업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하영천 현장 소장(상무)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복잡한 고속도로 공사"라며 "카타르 국왕이 '현대를 믿겠다, 꼭 해달라'고 당부할 정도를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월드컵 개최를 앞둔 카타르에서는 향후 10년간 약 2,000억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공사 발주가 예상된다. 하 소장은 "세계 각국이 현대건설의 이번 공사를 주목하고 있다"며 "성공적으로 공사를 수행해 카타르에서 대한민국 건설 위상을 한층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