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KB 4인후보 입체분석] 내·외부 3대 1 구도로… 후보 간 '회장-행장 러닝메이트' 공조 이뤄질 수도


K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가 16일 4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내부 출신(윤종규 전 KB 부사장, 김기홍 전 수석부행장, 지동현 전 KB카드 부사장)과 외부 출신(하영구 씨티은행장)이 3대1의 구도로 짜여지면서 내외부 간 치열한 경합이 마지막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을 뒤엎고 이동걸 전 신한투자금융 부회장이 탈락하면서 구도가 다소 변했지만 하 행장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부상한 상황이어서 경합구도 자체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종적으로 어떤 출신의 인물이 선정되느냐에 따라서 KB의 지배구조에는 상당한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하 행장이 외부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후보에 포함됨에 따라 회장과 행장 간 겸임 또는 분리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주 내에 사장직이 부활할 확률도 매우 커졌다. 이번 4인 구도를 보면 KB 내부의 분위기를 감안해 내부 출신을 중용하겠다는 의지가 다분해 보인다.


당장 하 행장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하 행장은 쇼트리스트에 포함됐을 당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뱅크', 즉 회장·행장 겸직 체제가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장과 행장을 독식해 KB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국내시장에서 보면 KB는 씨티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금융조직이다. 더구나 국민은행 내부는 하 행장이 올 경우 씨티은행과 같은 구조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상태다.

내부에서 하 행장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하 행장이 최종 낙점될 경우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서라도 회장과 행장 분리 체제를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주사 사장 직제 부활 등을 고려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 경우 행장이나 지주 사장은 자연스럽게 내부 출신들이 차지하게 된다. 내부와 외부 출신이 회장과 행장을 나눠 갖는 구조가 성사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내부 출신이 선정될 경우 지배구조는 다소 유동적이다. 내부 출신이 선임된 만큼 어지러운 KB 조직을 수습하기 위해 회장·행장 겸직 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

최종 회장 선출 과정에서 내부 출신들끼리 '회장-행장 러닝메이트' 형태의 공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내부 출신이 선임될 경우 국민은행의 고질적인 채널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조직 조기 안정시키고 고객 신뢰 회복할 것"

강직하고 합리적 스타일… 추진력도 갖춰


"직원들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며 나아가 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잃어버린 대고객 신뢰 회복에 주력하겠습니다."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조직안정과 고객신뢰 회복에 최우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전 수석부행장은 "일반 부행장이 아니라 수석부행장이었던 만큼 모든 업무를 총괄했다"며 "그 경험이 나의 자산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회장과 행장 겸임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사회 소관 사항이며 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면서 "(회장으로 선임되면) 이사회와 잘 상의해 합리적인 방향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카리스마 하나는 후보군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받는다. KB국민은행 사외이사 시절 단순 거수기로 활동하지 않고 경영상 문제점이 발견되면 돌직구를 많이 날려 강정원 전 행장이 골머리를 앓을 때도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 성격이 깐깐해 일에 빈틈이 없는 스타일이고 합리성을 갖췄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한국금융학회 이사, 충북대 교수 등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갖춘 점 또한 긍정적인 면이다. 조세연구원 출신으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관계도 돈독했었다고 전해진다. 자타가 공인하는 '이헌재(전 부총리) 라인'이기도 하다. KB의 지주사 설립기획추진단장과 수석 부행장을 역임해 KB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다만 강한 성격 탓에 조직 내에서 분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강 전 행장이 김 전 수석부행장을 당시 사외이사에서 수석부행장으로 전격 발탁했지만 김 전 수석부행장이 대권(행장)에 도전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KB 내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김 전 수석부행장이 입성하면 조직 전반에 대해 과감하게 수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직원들이 꿈꿔오던 리딩뱅크 만들겠다"

유일한 KB맨, 신망 두터워 잡음 적을 듯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은 KB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리딩뱅크로 다시 도약하게 만들 수 있는 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 전 부사장은 KB 내부의 신망이 높은 것과 관련, "최근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 KB 직원들이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제가 선임됨으로써 (직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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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KB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윤 전 부사장은 "첫째로 조직의 화합과 결속을 이뤄야 하고 두번째는 그간 불편을 끼쳐온 만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같은 절차탁마의 과정을 통해 KB의 잃어버린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윤 전 부사장은 "KB는 경쟁력 있는 회사"라며 "우리가 늘 꿈꿔오던 선도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부사장은 현재 후보군 중 사실상 'KB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내부 신망이 두터워 회장 선임 시에도 잡음이 가장 덜 일어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외환은행에 일했다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거쳐 국민은행 부행장(CFO)으로 일하는 등 금융권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다. 현재 KB금융 사외이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점도 힘이 실리는 요인 중 하나다. 윤 전 부사장은 예전부터 사외이사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로 유명했다. 윤 전 부사장이 근무하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외이사는 총 6명이다. 호남 출신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KB 내부 출신을 '2년 이상 근무하고 연임한 사람'이라고 언급하면서 노조와의 친분설이 돌았지만 실제 남영호 전 부행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 유착설에서도 자유로워진 점도 호재다.

부당회계 처리 문제에 따른 중징계 전력은 흠이다.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일색인 현 정권에서 호남이라는 출신 성분도 약점으로 꼽힌다.

●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금융사 경영방법 알아 과학적 서비스 할것"

금융계 브레인, 사외이사 관계도 돈독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방법으로 고객들의 수요에 맞는 서비스 제공하겠습니다."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은 '금융은 과학'이라는 대명제를 밝히며 2,600만 국민은행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 전 부사장은 "은행이라는 곳은 금융 서비스 수요자인 고객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이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탄하면 "고객들의 속성을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내 희망"이라고 말했다.

지 전 부사장은 "금융 중에서도 금융기관론을 전공했고 강의도 했다. 금융연구원에서는 10년 넘게 금융회사 경영에 대해 연구했다"고 운을 뗀 뒤 "금융회사를 어떻게 경영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은 금융계에서 '지 박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브레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석사까지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 재무관리 석사·박사를 취득한 배경이 있다. 덕분에 서울대 라인으로 무장된 KB금융그룹 사외이사들과의 관계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깔끔한 언변에 학식까지 두루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지 전 부사장의 최대 강점은 고구마 줄기 같은 인맥이다. 지 전 부사장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최근 화자되고 있는 '연피아' 출신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있다. 조흥은행 본부장 당시 이건호 전 조흥은행 부행장(전 국민은행장)을 모시며 두터운 관계를 맺었다.

반면 조직 장악력이 없고 줄서기의 대가라는 혹평도 있다. 그는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사내 경제연구소장으로 발탁해 KB와 인연을 맺었다. 리더십 부재로 중간에 쫓겨났지만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 지주 전략부사장으로 다시 발탁해 생명력을 이어갔다. 또 다시 연구원 출신의 한계를 내비치자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에게도 내쳐졌다. 끈질긴 인맥을 동원해 카드사 부사장으로 옮겨갔다가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에게 또다시 외면받았다.

● 하영구 씨티은행장

"은행산업 격변 시기 KB 변화 작업 필요"

5연임 최장수 행장… 업계 이해도 높아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유력하다고 언론이 쓰긴 했지만 예측할 수 없던 결과였다. 현직을 내려놓고 출사표까지 던졌는데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웃었다. 여유로운 대답이었지만 회추위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심층면접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열심히 하겠다"며 "회추위 면접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의 동향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이 회추위 최종 면접에서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 행장은 은행산업 전반에 관해 "은행산업이 지금 정보기술(IT) 업체의 공습 등으로 격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비단 KB 뿐 아니라 모든 금융사들에 변화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직업이 은행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은행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2001년 한미은행장을 지내고 2004년 씨티은행장에 오른 뒤 14년 동안 5연임한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하 행장에게는 '와룡봉추(금융 당국·KS라인)'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우선 하 행장은 금융 당국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당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하 행장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측면 지원한 것에 대해 상당한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고-서울대로 분류되는 'KS라인' 인맥의 지원을 받는 점 역시 탄탄한 배경이다. 멀리까지 찾지 않아도 KB금융 사외이사 중 2명이 KS라인이고 특히 서울대 출신은 8명으로 압도적이다. 씨티은행 부행장 출신인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인연도 하 행장의 두터운 인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 수석은 청와대 입성 전 씨티은행의 각종 행사에 얼굴을 비쳤다. 다만 하 행장이 마지막 연임 이후 씨티은행이 자산 규모, 실적 면에서 쪼그라들고 대규모의 구조조정 칼날을 휘두른 점은 반대파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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