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소신 외환정책/김상석·정경부(기자의 눈)

세인들은 우리나라의 주식이나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을 「냄비시장」이라고 규정한다.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장기적인 관점이나 경제기조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 기반을 두기 보다는 초단기적 투기성향이나 시장외적 풍문에 쉽게 좌우되기 때문에 이같은 명예스럽지 못한 이름을 얻게 되는 것같다. 그러나 단지 투자자들의 성향만에 의해 이같은 불명예스러운 호칭이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바로 금융시장의 흐름을 결정해야 할 정책당국의 무원칙하고 비일관적인 정책운용이 상당 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그동안 냄비시장이라는 호칭으로부터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돼 온 외환시장이 최근들어서는 극도의 냄비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환율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폭넓게 확산되면서 금융기관, 기업 등 너나없이 달러화 투기열풍이 불었다. 그 결과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은 지난 18일에는 10년여만에 최고수준인 달러당 8백87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급기야 외환당국은 강력하게 시장에 개입, 엄청난 달러물량을 퍼부은 결과 환율은 이틀새 달러당 거의 30원이 하락하는 폭락장세를 연출했다. 외환시장의 이같은 냄비장세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물론 시장 참여자들의 투기적 속성에 있다. 그러나 외환시장이 본질적으로 투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외환당국의 어설픈 외환정책이 이같은 엄청난 혼란을 야기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12월이후 외환딜러들은 외환당국의 정책방향을 판단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당국의 의중을 떠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당국의 반응은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에 비해 약하기 그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외환당국의 미온적인 반응이 환율의 폭등을 조장한 셈이다. 투기적인 외환딜러들이 환율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에 개입하는 당국이 명확한 의사표명을 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외환당국은 뒤늦게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환율안정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은 외환정책이 잘못됐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 결국 외환시장의 대혼란은 시장에 적절히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환율안정을 꾀했어야 할 외환당국의 무능력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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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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