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이 늘고 생활 불안감이 커지면서 중산 서민층에서 노후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은행의 연금신탁(연금저축)과 보험회사의 연금보험인데 뜻밖에도 이것들의 지난해 수익률이 많은 가입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은행이 판매하는 채권형 연금신탁의 지난해 수익률은 평균 3.03%였다. 주식을 섞어 운용하는 안정형 연금신탁은 안정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익률이 1.57%다. 보험사의 연금보험은 외형상 4.0~5.4%라고 하지만 뜯어보면 실제 수익률은 3%중반대이다. 지난해 은행 정기예금 금리나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쳤으니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증권사 상품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입자들이 배신감을 느낄 정도의 공허한 수익률 속에서도 금융회사들은 고율의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권 연금신탁의 수수료율은 은행별로 0.7~1.0% 수준이다. 보험사 연금보험은 가입 후 7년 동안 원금의 7~9%를 사업비로 뗀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원금을 까먹고 있는 것인데도 수수료는 꼬박꼬박 떼어가는 구조이다.
저수익률ㆍ고수수료로 압축되는 연금상품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손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금융회사들의 연금상품 운용 시스템, 정부의 감시감독 등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공시체계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 연금상품은 업권별로 수익률을 공시한다. 은행 연금상품은 은행연합회, 보험사 연금상품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등에서 한다. 경쟁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지나치게 낮은 수익률의 연금상품은 시장에서 축출하기 위해서라도 연금상품만을 한데 모아 수익률을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운용성과와 수수료율을 연동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당국도 노후 연금상품의 문제점들에 대한 불만과 지적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금융회사들에 수수료를 낮추라는 권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가슴이 타들어가는 가입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없다. 연금상품 전반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처방, 조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