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경쟁 “후끈”/서비스업체 싼값 구매위해 신경전/“국내 기술수준 평가의 장” 역할도/모토롤러·에릭슨 등 외국사도 시장선점 각축「5조원의 황금시장을 잡아라.」
올해안에 CT 2(발신전용휴대전화)의 시범서비스가 실시되는 것을 시작으로 신규통신사업의 서비스 개시가 임박함에 따라 이들 분야에 소요될 장비시장을 놓고 국내외 통신장비업체들간의 물밑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장비 수요업체인 통신서비스 업체들도 보다 좋은 장비를 보다 싼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장비업체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펴고 있다.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또 사업계획서상에서 밝힌 서비스 개시일자를 경쟁업체에 비해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 서비스 개시가 시장선점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장비구매, 기지국확보, 영업계획수립, 브랜드네임 결정, 홍보계획 등 빡빡한 일정을 맞추느라 밤낮을 잊고 있다.
PCS(Personal Communication System·개인휴대통신), TRS(Trunked Radio System·주파수공용통신), CT 2, 무선데이터통신, 회선임대, 수도권무선호출, 제3국제전화 등 7개분야의 서비스에 필요한 장비규모는 2000년까지 대략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업체들에는 이번 장비수주전이 그동안 쏟아온 기술개발의 결과를 실수요자로부터 평가받는 장이 된다. 아울러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통신기술 자립가능성을 시험받는 무대도 된다. 또한 외국업체들에는 앞으로 큰폭으로 성장할 것이 분명한 국내 통신시장공략의 발판을 마련하는 전초전이 된다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통신장비, 특히 시스템장비는 한 업체의 것을 결정하면 앞으로 증설할 물량에서는 타업체의 장비로 좀처럼 전환이 어렵다는 점에서 첫 라운드부터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국내업체와 외국업체와의 경쟁양상은 아직까지 절대적 기술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외국업체들의 강세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장비 수주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유지할 PCS의 경우만 해도 한국통신, 한솔PCS, LG텔레콤 등 서비스업체 모두가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정보통신, 대우통신 등 국내업체의 장비를 함께 검토하고 있으나 최소한 한두개의 외국 장비업체를 공급선에 포함시킬 것이 예상되고 있다.
TRS는 지오텍, 에릭슨, 모토롤러 등 외국업체의 각축장이 되고 있으며 무선데이터 통신에서도 모토롤러와 에릭슨의 싸움으로 좁혀져 있다.
국내업체의 약세는 국내 통신기기산업이 전통적으로 전화기, 팩시밀리 등 부가가치가 낮은 단말기 위주의 산업구조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ATM교환기, 이동통신기기, 광통신 시스템, 지능형단말기 등 첨단통신기기의 본격적인 개발을 통한 구조고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CDMA장비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는 성가를 올리고 있다.
국내 통신기기업체들은 전체적으로 대기업이 약 60%의 생산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교환기 등 대형장비의 개발 및 생산에 집중적인 연구개발투자를 하고 있다. 무선통신기기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약 60%로 오히려 대기업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교환기 등 시스템분야에서는 대기업들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여 주도하고 있으나 저부가가치 단말기 분야는 중소기업의 생산력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기기산업은 향후 수요확대가 예상되는 이동·위성통신기기 분야의 관련기술이 매우 낙후되어 있어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최종제품의 조립생산에 치중한 결과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특히 전문 부품업체가 없는 상태에서 모든 종합전자회사들이 동일한 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
시장규모면에서는 국내 통신기기 시장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1년의 1.6%에서 올해는 2.5% 예상돼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미약한 상태이다. 그러나 94년 세계 7위(생산액기준)의 생산규모와 무선통신시장 규모의 급속한 확대 등으로 세계시장으로 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전세계 통신장비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OECD의 회원으로 가입함에 따라 기술개발여하에 따라서 무한한 수출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부의 한 국장은 한·미 통신협상을 위해 미국에 갔다가 현지에서 한국의 CDMA기술이 미국시장을 공략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CDMA기술은 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한국이 국제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몇안되는 분야로 향후 우리의 기술력을 보증할 중요한 분야다. 특히 CDMA는 동남아와 중국 등 신규 통신시장에 진출, 한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백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