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매도 이유 또 있었네

이머징펀드 중 두번째로 규모 큰 'i셰어즈'<br>비관적 투자 전망따라 한달새 6,000억 쏟아내<br>기계적으로 매도 뱅가드와 달라 수급개선 힘들 듯


올초 외국인 수급의 가장 큰 변수는 뱅가드펀드의 추종지수 변경이었다. 지수 변경으로 대규모 물량을 국내에서 일정기간 처분해야 돼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우리 증시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기계적으로 투자비중을 줄인다는 점에서 정작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 중에서 뱅가드펀드 다음으로 자산이 많은 i셰어즈펀드(iShares EM ETF)가 우리 증시에 물량을 쏟아내는 것은 그런 점에서 충격이 될 수 있다. i셰어즈의 매도에는 투자전망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당분간 외국인 수급 개선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1일 i셰어즈의 한국 시장 투자비중은 13.1%로 지난해 말 15.17% 대비 2%포인트 이상 줄었다.

i셰어즈는 한국ㆍ중국ㆍ브라질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다. 총자산 459억 달러로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 중 뱅가드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이 펀드가 투자하는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ㆍ현대차ㆍ포스코 등 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다.


금융투자업계는 i셰어즈가 그동안 뱅가드의 매도물량을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코스피지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뱅가드는 벤치마크 지수를 MSCI에서 FTSE로 변경함에 따라 기계적으로 한국 주식을 팔았지만 MSCI를 추종하는 i셰어즈의 매도는 투자전망이 반영돼 있어 적잖은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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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는 i셰어즈가 지난 한 달간 약 6,000억원가량의 한국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나왔던 비차익매물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뱅가드의 매도물량 출회는 기계적인 매도였기 때문에 이로 인한 지수조정 시에는 오히려 대형주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i셰어즈의 매도는 외국인의 한국 시장에 대한 해석이 포함돼 있는데다 뱅가드의 매도 물량을 상쇄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외국인 수급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이어 "i셰어즈가 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가치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우려해 매도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GEM펀드들의 한국 주식 매도의 원인으로 우리 증시의 투자매력이 다른 이머징마켓이나 선진국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태국 등 다른 이머징마켓에 비해서는 수익률이 떨어지고 선진국시장에 비해서는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북한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돌발변수로 등장하면서 선호도가 더욱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이머징시장도 아니고 선진국도 아닌 애매한 상태의 '넛크래커' 상황"이라며 "글로벌 펀드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국제적인 지수들이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들의 수급은 크게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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