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애니매트로닉스 특수효과 사용<br>실제모형없이 그래픽 합성으로 사실감 구현<br>이소룡등 '디지털 액터'로 복원도 머지않아
| '괴물'은 애니매트로닉스를 통해 탄생했다. 사람을 삼키는 장면이나 강물에 뛰어드는 장면은 생동감이 넘친다. 괴물의 걷는 모습이나 입을 구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통해 미리 나타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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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피아노치는 엄정화를 구현해 내는 과정. 대역 배우의 얼굴 부위에 센서를 여러 개 부착한 후 엄정화의 얼굴을 옮겨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된 디지털 액터 덕분에 관객들은 '손 따로 얼굴 따로' 장면을 보지 않아도 됐다./사진=ETRI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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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과학을 입히니 괴물 됐네.'
영화 '괴물'이 관객동원과 관련된 한국영화 기록을 몽땅 갈아치울 태세다. 최단기간 관객 1,000만 돌파는 물론 영화 '왕의 남자'가 갖고 있던 최다 관객수 돌파도 머지 않았다. 영화 흥행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감 있는 괴물도 중요한 요소이다. 괴물을 탄생시킨 과학의 힘. 영화 속에 녹아있는 과학을 알아본다.
◇애니매트로닉스, 허상을 실제로=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괴물은 실제 모형도 없다. 합성의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 마치 손으로 만지면 실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로 애니매트로닉스의 쾌거다.
애니매트로닉스는 애니메이션(Animation)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를 합성한 단어다. 영화ㆍ애니메이션ㆍ드라마ㆍCF 등에 사용돼 사실감을 높이는 특수효과 기법이다.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인 '킹콩', '쥬라기 공원' 등의 영화도 이 기술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킹콩 초기작의 경우 사람이 인형을 뒤집어 쓰고 연기를 해 번거롭고 사실감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자연스럽게 날아다니는 슈퍼맨이나 생동감 없이 거미줄을 타는 스파이더맨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영화의 최근작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영화 괴물에서도 애니매트로닉스의 힘은 컸다. 애니매트로닉스가 가장 많이 사용된 부분은 바로 괴물의 입. 괴물이 사람을 삼키거나 뱉을 때 주로 이 기술이 사용됐다.
물론 배우들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있는 듯 연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수효과업체 퓨처비전은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일으키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괴물이 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드럼통을 정해진 각도로 빠뜨린 뒤 애니매트로닉스를 통해 구현하면 정말 괴물이 자연스럽게 물속에 빠지는 모습을 영화속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역대 영화 중 애니매트로닉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스타워즈 시리즈다.
지난 77년 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는 '테크놀러지가 영화의 흥행을 좌우한다'는 공식을 만든 대표적인 영화다. 특히 '스타워즈 에피소드3'는 2,300여 장면을 컴퓨터그래픽(CG)로 작업했다. 특수효과가 많기로 유명한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1,200장면)의 2배에 달할 정도였다.
◇죽은 배우 주인공 등장 영화도 나올 듯= 지난 2001년 8월, 국내 한 영화제작사가 이소룡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6번째 영화 '드래곤 워리어'를 만든다는 뉴스가 나왔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소룡의 생전 모습을 완벽하게 복원,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기술적 한계로 당시에는 쉽지 않는 게 현실. 결국 영화는 완성되지 못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하는 골룸도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만큼, 이소룡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골룸과 이소룡을 영화속에서 구현하는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이다.
골룸은 캐릭터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애니메이터에 의해 상당 부분 표정과 몸동작이 조작되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지털 액터(배우)가 아니다.
또 괴물인 골룸은 피부가 반투명에 가까워, 섬세한 피부와 잔주름까지 지닌 살아 있는 사람의 겉 모습과는 다르다. 반면 이소룡이 영화에서 다시 주연을 맡는다면 감독의 연출에 따라 그 상황에 맞는 표정연기를 해내야 한다. 스스로 수만 가지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진정한 디지털 액터로서 재 탄생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이소룡의 모습을 앞으로 어쩌면 영화속에서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과학기술부 는 정부 주도로 디지털 액터 제작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사업은 내년 1월부터 본격화 된다. 디지털 액터는 말그대로 디지털 배우다. 실제 배우와 동일한 수준의 외형과 동작을 가진 컴퓨터 그래픽 영상 캐릭터로 영화 '호로비츠를 위해', '한반도' 등에 삽입돼 관객에게 선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두 영화속에 등장하는 디지털 액터는 영화전체를 이끌어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디지털 액터 사업을 추진하게 돼 영화 전체를 가상의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날도 머지 않은 셈이다.
디지털 액터 사업을 추진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이인호 박사는 "디지털 액터의 연구가 본격화 돼 실용화 될 경우 국내 영화시장 뿐만 아니라 헐리우드 시장 등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