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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美·日 닭살 우정, 이제 그만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오는 9월 임기를 마친다. 그는 퇴임 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친목 도모를 위해 최근 미국을 찾았다.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성팬임을 고려, 엘비스의 생가인 멤피스로 초대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들의 ‘닭살 우정’을 과시하듯 엘비스의 춤과 노래를 선사했다. 그들의 진한 우정처럼 양국은 대외정책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일관해왔다. 미ㆍ일 군사동맹 강화를 노래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지만 그들의 일관된 ‘합창’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빠졌다. 한목소리 속에 숨은 본질을 외면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돈독한 미ㆍ일 동맹과 상반된 동아시아 내 일본의 ‘고립’이다. 이번 만남에서도 고이즈미 총리의 지속된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악화일로를 걷는 중ㆍ일 관계에 대해서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 집권 5년 동안 중ㆍ일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신사참배 탓이 컸다. 그의 신사참배는 세계 2차 대전에 대한 사죄가 아닌 기념이자, A급 전범에 대한 반성이 아닌 예우를 갖추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 신사참배에 대해 반발하는 중국의 심정을 미국이 헤아리지 못할 리 없다. 미국 또한 진주만 공습이라는 아픈 역사를 기억한다. 중국은 진주만 공격이 있기 4년 전 난징 대학살이라는 잔인한 사건을 경험했다. 어떻게 보면 미ㆍ중은 모두 일본에 의해 상처받은 경험을 나눈 국가들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친일 일변도를 걷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중국은 그들이 배척해야 할 국가가 아니다. 미국은 미ㆍ일 공조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미ㆍ중ㆍ일 공조에 보다 힘써야 한다. 현재 국제정세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나마 9월 고이즈미 총리의 퇴임은 희망적이다. 그의 후임자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아베 신조는 취임 후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중단할 것이라 시사한 바 있다. 이는 아시아 내 일본의 고립 탈피를 위해서, 미ㆍ중ㆍ일 삼각 공조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중국 역시 고이즈미 총리의 퇴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날카롭게 세우던 대립각을 최근 누그러뜨린 이유도 그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후임자가 오더라도 고이즈미보다는 다루기 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무쪼록 ‘포스트 고이즈미’는 고립을 탈피, 삼각 트라이앵글 구축에 힘써야 한다. 현재의 미ㆍ일의 ‘닭살 우정’은 이제 그만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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