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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미국 주택 붐 끝났다?… "정상화 과정일 뿐 가격 급락 없을 것"

소득 정체·모기지 금리 급등 탓 지난달 주택판매 건수 1.9% ↓<br>재고 소진 빠르고 펀더멘털 튼튼… 당분간 완만한 회복 이어갈 듯


미국 경기 회복세를 이끌어온 주택 투자시장이 올 7ㆍ8월에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가계 소득 정체, 높은 실업률, 주택 가격 급등에다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 붐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급격한 가격 하락 등 거품 붕괴 가능성은 낮고 미 경기 회복 기대감 등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역풍 만난 미 부동산 시장= 일단 폭발적인 거래 증가나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게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전미주택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9월 기존 주택판매 건수는 529만가구(연율 기준)로 전달보다 1.9% 줄었다. 3개월만의 감소세로 시장 예상치인 530만가구를 밑도는 것이다. 또 평균 판매 가격도 전년 동기보다 11.7% 올랐지만 5개월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팔리지 않고 있고 있는 기존주택 판매 재고량도 전년 동기보다 1.8% 늘어난 221만 가구로 2년 6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또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발표한 올 8월 전국 평균 집값도 전달보다 0.3%(계절조정) 올랐지만 7월의 0.8%에 비해서는 상승 폭이 줄었다. FHFA주택가격지수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으로부터 주택대출을 받은 주택만을 대상으로 산정된다.


로렌스 윤 NAR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주택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소득이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면서 가계의 주택구입여력을 나타내는 지수가 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기존주택 판매는 올 7~8월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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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모기지 금리가 오른 게 주택 구입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30년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3.35%에서 올 9월에는 4.49%로 급등했고 추가 상승이 예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주택판매에서 젊은층 등 생애최초 구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초 32%에서 9월에는 28%로 떨어지며 적정 수준인 40~45%를 한참이나 밑돌았다. 실수요자들이 금리 상승 부담에 주택 구입을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축소는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제까지나 돈을 마구 찍어낼 수는 없다"며 "내년에는 모기지 금리가 5.5%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2주 넘게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부문 업무정지) 여파에다 주택 시장이 겨울 비수기에 접어든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주택판매가 급증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주택구입 신청서는 정점을 찍었던 5월에 비해 30%나 줄었다. 또 최근 전미주택건설협회(NAHB)가 소속 주택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월 주택시장지수는 55로 9월의 57에서 다소 하락했다. 향후 6개월간의 단독주택 판매 전망 지수도 9월의 64에서 62로 악화됐다.

◇"정상화 과정일 뿐 거품 붕괴는 없을 것"= 하지만 부동산 과열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을 뿐 시장 자체의 이상신호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폭발적으로 늘었던 수요가 부동산 공급과 균형을 맞추는 정상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디글 부동산 이코노미스트는 "미 주택 가격이 올해 8%, 내년에는 4% 가량 오를 것"이라며 "많은 부동산 소유자들이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물량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판매속도를 감안한 9월 주택 재고 물량은 5개월치로 전달의 4.9개월치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정상 수준인 6개월치에는 한참 밑돌았다. 주택이 시장이 나오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뜻이다. 압류 등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떨이' 물건 비중도 전체 부동산 거래의 14%로 1년전 24%에서 크게 하락했고 조만간 1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로프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비틀거리고 있는 게 아니라 급격한 회복세가 둔화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충격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프리 메즈거 KB홈 최고경영자(CEO)는 "미 경기 회복세 등을 감안하면 현재 부동산 시장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소비자들도 모기지 금리나 주택 가격 상승에 적응하고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미 주택 가격은 7.5%나 오르며 2005년4월 수준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2007년4월에 비해서는 9.4% 밑돌고 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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