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당국 '외환은행 매각' 딜레마

"빨리 처리해도 웃음거리, 원칙대로 해도 문제…"<br>법원판결전 처리땐 "정책 일관성 부재" <br>지연땐 "해외시각 부정적 불보듯" 고심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빨리 처리해도 웃음거리 원칙대로 해도 문제.’ 최근 방미 성과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 그는 국내외 언론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외환은행 문제를 이른 시일 안에 가장 원만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적인 이슈가 연계된 론스타(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는 입장도 되풀이했다. 전 위원장의 다소 상반된 것 같은 이 같은 발언은 외환은행 매각건을 둘러싼 금융위와 현 정부의 고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현재 금융위와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 딜레마에 빠져 뾰족한 해결책 마련에 골몰해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그 딜레마의 본질은 무엇일까.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빨리 처리해도 웃음거리가 되고 원칙대로 처리해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건이 법적 문제로 지연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실제 대통령 방미 때도 미국 투자가로부터 외환은행 처리 문제가 한국의 금융중심지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받기도 했다. 문제는 외환은행을 어떻게 처리하든 금융위 및 정부 입장에서는 외국 투자가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정부가 외환은행과 관련된 법원 판결이 매듭되기 전에 매각건을 처리하면 미국 등 외국 투자가로부터 겉으론 환영 받을지 몰라도 속으로는 비웃음거리가 될 여지가 적지 않다. 과거에도 그랬듯 한국 정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사건을 처리했던 관행이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 말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헐값 매각 등 두 건의 법원 판결이 확정된 후에나 대주주 승인에 대한 심사를 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반대로 외환은행 매각건을 원칙대로 법원 판결 이후로 미뤄도 문제다. 주가조작은 2심은 5~6월로 예정되지만 헐값매각은 연말에나 1심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밝힌 2건의 법원 판결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일러야 올해 말 내년 초나 가능하다. 이때까지 외환은행 건을 끌고 가게 되면 해외투자가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굵직굵직한 여러 인수합병(M&A)건도 영향을 받아 장기간 묶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산업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 대형 M&A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정책 일관성 부재는 외국투자가들이 끊임없이 지적해온 문제다. 만약 외환은행에 대해 당초 입장을 바꿔 두 건의 법적 이슈가 해결되기 전에 처리하면 한국은 여전히 정책 일관성이 보장되지 않는 국가라고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칙대로 처리해도 문제가 되는 등 어떻게 처리하든 외국자본 입장에서는 한국의 금융허브 전략에 대해 신뢰를 느끼지 않을 여지가 많다”고 현 상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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