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진정한 고객만족의 길

유기종 <외환은행 고객지원팀장>

‘고객은 왕’ ‘고객만족을 넘어서서 고객감동의 체계로…’. 가까운 할인점ㆍ백화점은 물론 언론매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말이다. 고객만족경영에 대한 관심이 요즈음처럼 높은 시기가 없었던 것 같다. 소비자 관련 단체를 포함해 각종 협회, 컨설팅 업체에서도 1년을 결산하는 연말연시가 되면 어김없이 각종 고객만족 대상이니, 고객만족 우수업체니 하는 제목이 달린 수상과 선정이 이뤄진다. 전국의 모든 금융회사, 특히 은행들은 이러한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내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절교육을 강화하고 자체 영업점 경영평가 등에 고객불만ㆍ친절도 평가 배점을 크게 상향조정하는 등의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객만족과 단순한 친절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입구에서부터 허리 굽혀 아주 상냥히 인사하는 할인점에서 파는 식품이 상해 있다거나, 또는 친절하고 상냥한 AS 체계를 갖춘 제조회사 제품의 초기 불량률이 매우 높은 경우 과연 고객만족은 이뤄지고 있는가. 물론 AS를 받기 위해 고객이 연락을 취했을 경우 접촉이 매우 어렵다거나, 또는 퉁명스러운 답변을 한 경우보다는 친절히 상황을 설명해주고 AS 접수를 받아준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단 안심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가 당초 제품이 완벽해서 소비자가 연락을 취할 필요가 없는 제조ㆍ판매회사에 비해 고객만족경영에서 우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사물을 보고 평가하는 기준은 각각 다르겠지만 고객만족의 기준은 당초 고객의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하고 고객입장에서 상품이 설계ㆍ제작돼 추후 AS 문제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제1의 고객만족이다. AS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신속하게 문제에 접근해 고객의 요구를 검토하고 이를 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제2의 고객만족이라고 할 수 있다. 친절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주된 것은 아니고 종속적인 것일 뿐이다. 일부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객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또는 이미 발생한 사안에 대해 더 큰소리가 안 나도록 무조건적인 수용을 하고 단순한 친절교육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주장을 검토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 들어 거의 모든 금융회사가 고객 서비스 실태 등을 점검하기 위해 업무에 대한 모니터링 요원을 두고 있다. 적지 않은 보수를 지급하면서 고객접점에서의 친절도 등을 점검한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제도가 진정하게 고객의 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가. 따라서 고객의 소리 전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외환은행 고객지원팀이 고객불만ㆍ민원 업무를 완전히 전산화해 모든 고객불만 자료를 완벽히 데이터로 구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진정한 고객의 소리, 고객의 니즈를 기본으로 한 업무체계 구축은 고객불만 요소를 근원적으로 제거할 것이며 경영평가 점수강화 등 강압적인 조치에 따른 눈에 보이는 부분의 고객불만 감축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고객 중심적 업무수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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