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부안군수가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유치를 신청한 후 부안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반목, 시위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원전수거물시설이 위험한 기피시설로 잘못 인식돼 적정 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17년간을 끌어온 국가적 난제라는 점에서 해당지역의 반대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동안 부안에서는 전경버스방화, 고속도로점거, 군수폭행 등에 이어 학생들의 등교 거부까지 벌어지는 등 거센 반대운동이 전개돼 왔다. 반대운동에 가세하고 있는 환경단체들은 `핵폭탄처럼 폭발한다``기형아가 태어난다``농수산물이 팔리지 않을 것이다`등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근거없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위도가 지질학적으로 부적합하다고도 하고 관리시설건설이 시급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독일 등과 같이 원전정책이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원자력을 포기할 처지가 못된다. 경제성과 공급안정성측면에서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프랑스와 일본이 왜 원자력을 적극 추진하는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정부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을 유치한 부안지역에 대해 시설물의 안전성 확보방안과 함께 획기적인 지역발전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개발을 위한 지원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부안문제에 있어 가장 절실한 것은 `신뢰와 대화`다.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와 반대주민들 사이에 사태해결을 위한 합의기구가 공식적으로 만들어져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신뢰형성은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안호현(한국원자력문화재단 기획관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