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원전유치, 주민 선택의 의미

최장기 미해결 국책사업으로 남아 있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건립문제가 이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된다. 지난 18년간 부지선정 때마다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거센 반대에 부딪혀왔던 후보지 선정작업이 지난 5월31일까지 전국 7개 시군 10개 지역에서 주민청원서를 제출해 그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유치신청을 한 부안까지 모두 11개 지역주민이 원전센터 유치를 청원하고 나서 문제 해결에 밝은 전망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예비신청과 주민투표ㆍ본 신청까지는 멀고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 최종 후보지가 선정되기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은 그동안 수 차례의 유치실패 경험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부안사태에서 보았듯이 찬성하는 주민들 한편에는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으며 이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 부안의 고통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원전센터 유치를 희망하는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날이 갈수록 낙후돼가는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실제로 원전센터 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에는 3,000억원의 지원금과 첨단과학 기반산업인 양성자가속기의 유치, 그리고 연 매출액 5조원의 거대 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이 약속돼 있다. 정부도 오는 2020년까지 2조원에 달하는 지역개발 지원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원전센터 유치가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였던 로카쇼촌이 시설을 유치한 뒤 풍요로운 고장으로 발전했다는 사례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시설이 들어섬으로써 산업시설 유입에 따른 고용창출이 이뤄지고 지방재정이 늘어나 교육시설과 문화ㆍ체육시설은 물론 관광레저시설ㆍ의료시설 등이 확충되는 등 살기 좋은 고장으로 변모했다. 반면에 반대측 주민의 입장에서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이 행여 오염되고 황폐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후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의식도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상반된 주민입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다. 모두가 지역을 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상충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사랑이라는 한가지에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주민갈등’을 야기하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문제의 해결방안은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하고 과학적인 입지선정 과정을 통해 환경오염의 위험성을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다. 주변 환경과 건강에 대한 걱정은 그곳에 사는 주민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최종적인 입지 선정은 안전에 대한 확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주민 스스로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유치지역에 대한 발전 청사진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원자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또한 당연히 있어야 할 국가시설이다. 이 땅 어느 곳인가는 반드시 이 시설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그 지역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건립문제가 지역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민적 관심대상이 돼야 함도 여기에 있다. 세번째는 주민투표 등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민주적 합의도출을 이뤄내야 한다. 앞으로 예비신청과 주민투표ㆍ본신청의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찬반 양측은 자기만의 일방적인 주장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역을 위하는 공통된 마음으로 최선의 절충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국 원전센터 유치문제에 있어 가장 절실한 것은 ‘신뢰와 대화’이다.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신뢰형성은 결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양편 모두가 진지한 마음자세로 지역과 국가발전이라는 대국적 자세를 견지해야만 한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가경제에 어려움이 더해가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전력생산의 커다란 한 축으로 이용하고 있는 우리의 에너지 현실에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청원에 나선 주민 선택의 의미를 보다 넓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최창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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