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월 26일] 국내은행의 '오바마 화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공표한 '은행개혁 대책'이 이번주에도 계속 영향력을 미치며 글로벌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자본의 핵인 월스트리트에서는 은행주가 집중매도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폭락장을 이끌어갔고 아시아ㆍ유럽 증시도 주가 폭락 도미노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초상집 분위기의 시장과 달리 세계 각국에서는 은행개혁의 구체적 방안이 나오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좋은 조치'라며 갈채를 보냈다. 영국ㆍ프랑스ㆍ독일에서는 미국식 개혁에 동참할 움직임마저 보인다. 환란후 공적자금 투입 망각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개혁 조치가 성공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주가 폭락에서 보듯 시장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큰데다 오랜 기간 '시장의 룰'로 작동해온 자본의 논리를 다시 정의한다는 것이 법률 문구 하나만 고치면 되는 정도로 간단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번 개혁조치가 오는 11월의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치적 승부수라고 가치 절하하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정책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오바마 대통령이 내민 '월가를 향한 채찍'은 우리에게도 여러모로 되새겨볼 화두를 주고 있다. 수익이 나면 자신들이 차지하고 손실이 발생해 파산위기에 처하면 국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생존을 보장해주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신화'는 월가뿐 아니라 지난 10여년간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숱하게 등장한 것들이다. 외환위기 후 부실로 파산위기에 몰려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이 기사회생한 후 보여준 행태는 하나같이 '잘된 것은 내 덕, 못된 것은 네 탓'이었다. 눈물의 구조조정을 했다지만 최근 은행들이 조 단위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익증권 판매수수료 보장, 예ㆍ대금리 격차 유지, 각종 수수료 수입 등 정부가 비바람을 막아주며 국민 주머니에서 은행 곳간으로 수익이 옮아가도록 도운 결과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들 은행은 수익이 나자 기다렸다는 듯 슬금슬금 임금ㆍ복지를 덩달아 끌어올리더니 급기야 임직원 평균 연봉이 억대를 육박할 정도로 은행원들을 고소득 직업군으로 탈바꿈시켰다. 자중하라는 비난이 쇄도했지만 "뼈를 깎는 자구노력의 과실"이라거나 "고급 인재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선택"이라며 일축했다. 초고액 보너스 문제로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은 월가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의 논리는 기실 우리 금융기관에서 익히 사용했던 바로 그 논리다. 기자의 시각으로 본 월가와 우리 금융기관의 공통분모는 파산위기 후 끌어다 쓴 공적 자금에 산술적 평가 이상의 국민과 국가에 대한 빚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아주 쉽게, 너무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신의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실언으로 꼽힌, 로이드 블랭크 페인 골드만삭스 CEO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사실 실언이라기보다는 그동안 그들끼리 밀실이나 뒷골목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불쑥 끄집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美 은행개혁 채찍 타산지석 삼길 그들 식으로는 '신의 일'이라지만 현실세계의 표현으로 바꾸면 '국민 경제를 볼모로 한 비즈니스'일뿐이다. 그나마도 막대한 자본과 독점적 보호구역 안에서 펼쳐온 비즈니스다. 잘되면 신이 부여해준 자신들의 능력 때문이고 안되면 신도 어쩔 수 없는 불확실한 경제환경 때문이라고 치부한다. 지금은 월가 대형은행들의 탐욕에 오바마 대통령이 채찍을 빼들었다. 허둥대는 월가를 보며 '남의 집 불구경'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타산지석으로 삼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어느새 비대해진 체급으로 최고의 인기직장으로 떠오른 국내 은행들이 한단계 더 높은 각성을 통해 '다음 차례'를 피할 수 있는 자성의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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