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泰成(언론인)잘 알려진 우화 한 토막.
아버지와 아들이 노새를 끌고 가는데 타고 가지 왜 안타고 가느냐 참으로 어리석다고 말함으로 아버지가 탔더니 어린 자식을 걸리는 인정없는 짓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들이 노새를 타고가니 아비를 걷게하는 불효라고 말함으로 부자가 함께 탔다. 그러자 짐승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함으로 이번엔 부자가 힘을 합해 노새를 떠메고 갔다.
두 부자와 노새의 사례는 그런데 우화 속에만 있는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있다. 이 우화의 교훈은 줏대없이 남의 말을 쫓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세상엔 남의 일을 아주 무책임하게 간섭하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한가지 사물에 대한 판단조차도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것을 말해 주기도 한다.
줏대없이 남의 말을 쫓는 사례는 이른바 IMF사태의 수습과정에서 적지않게 드러나고 있으며 이 경우의 남의 말은 주로 나라 밖에서 들려 오는 소리들이다
남의 일을 무책임하게 간섭하는 사례도 일일이 구체적으로 적시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물론 간섭하는 사람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이기때문에 간섭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잘못을 지적하여 개선하자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소임이 분명히 다를뿐 아니라 책임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간섭하고 있으니 무책임한 간섭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남의 일 간섭하는 짓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듯한 사람도 무수히 많다.
한가지 사물에 대한 가치판단이 서로 다른 사례도 많다. 어떤 사람은 잘했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잘못했다고 말한다. 모든 토론은 잘했다 잘못했다로 시작하여 자기 주장만 확인하고는 눈 흘기면서 끝나 버린다.
이런 두 부자와 노새 현상을 언론자유가 창달된 반가운 현상으로 봐야 할것인가, 민주화의 진전된 모습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줏대와 확신을 상실한 코미디로 봐야하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통합해서는 안된다. 남의 입을 봉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제각기 다른것을 주장하도록 무한정 내버려 두거나 이 말 저말을 분별없이 쫓아 다녀서도 안된다.
모르는 사이에 노새를 떠메고 가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