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먼저 개척해 놓고도 글로벌시장 주도권을 제대로 쥐어보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예외도 있다. 모바일 결제(M커머스)솔루션 분야다. SK그룹의 IT솔루션 영역을 담당하는 SK C&C가 글로벌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트렌드 세터(trend setter·트렌드 선도자)'자리를 굳히고 있다.
12일 ICT업계에 따르면 SK C&C는 연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글로벌 통신기업 등 2~3곳에모바일 결제 서비스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9~10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 던킨과 유럽 등 세계 15개국에 진출한 이동통신사인 보다폰에 모바일 지갑(M-Wallet) 서비스 개시 및 시스템구축을 따낸 후 연이은 성과다.
던킨의 북미지역 6,000여곳의 점포와 유럽지역 보다폰에 이어 아시아지역까지 진출하면 사실상 모바일 지갑사업을 위한 하나의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가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 2008년 최태원 SK그룹회장이 ICT융합의 새로운 트렌드를 감지하고 SK C&C에 글로벌 수출품목으로 모바일 커머스 개발을 주문한지 4년만이다.
모바일 결제는 ICT업체들의 고유영역인 시스템구축·통합(SI)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수 차례 걸쳐 대금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기업의 소비자들이 모바일 지갑을 사용하는 만큼 수수료를 받는 지속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형 구조로 전환을 의미한다. 정철길(사진) SK C&C 사장은 모바일 결제 솔루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장기적 수익창출을 위한 새로운 시장 발굴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SK C&C의 트렌드 선도는 이미 지난 2001년 2세대 통신 기반의 세계최초 전자결제서비스인 모네타(moneta)부터 시작됐다. 당시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늘고 상대적으로 전자결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따라가지 못한 탓에 토종 모바일 결제도 빛을 못보고 묻히는 듯 했다. 5~6년이 흐른 후 최 회장은 SK C&C가 갖고 있는 개발능력과 시장 성장성을 정확히 내다봤고 정 사장은 이를 행동에 옮겼다. 타깃은 모바일 결제 선진시장 미국이었고 세계1위 전자지불 결제업체인 FDC와 손잡았다. 지난해에는 FDC와 함께 구글 전자지갑 '구글 월렛'을 상용화하는데 필요한 기반기술(TSM·기업정책에 맞게 설계된 서비스관리)을 제공해 결제시장의 주목을 받았었다.
SK C&C가 만들어 지난 9월 서비스가 시작된 던킨 도넛 전용 모바일 지갑 앱을 내려 받은 미 현지 소비자들은 미 전역 매장에서 휴대폰으로 손쉽게 도넛을 계산하고 포인트적립·쿠폰 받기 등을 한다.
모바일 결제는 일견 쉬워 보이는 솔루션이다. 하지만 통신사, 카드사, 도·소매점등이 각자 갖고 있는 고객정보를 공유하길 꺼리는 장애를 넘어서야 하고, 이를 위해선 통신·금융은 물론 고객관계관리(CRM)등 다양한 분야의 솔루션기술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는 게 ICT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표적 IT솔루션기업인 IBM 마저도 이 분야에서는 사업경험이 많지 않아 고배를 마시기도 하고 글로벌 입찰경쟁에서는 SK C&C와 보안·결제업체인 젬알토(Gemalto)등 몇몇 업체만이 이름을 올릴 정도다. SK C&C 관계자는 "현재 주력인 SI 및 아웃소싱과 비교하면 매출비중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확대는 필연적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