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일단조 이성호 대표 “2013년 ‘레이디얼 포징’매출 1,000억 달성”


이성호 한일단조 대표가 진천공장에 구축된 ‘레이디얼 포징’ 설비를 가리키며 “이것이 회사의 미래”라고 말하고 있다. “이곳이 한일단조의 새로운 캐쉬카우(Cash Cow)가 될 것입니다.” 지난 3일 이성호 한일단조 대표는 충북 진천군 덕산면 화상리에 있는 ‘진천공장’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4만5,000평 규모의 진천공장은 본사격인 창원공장과 함께 자동차 부품(Axle Shaft, Spindle)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창원공장에는 없는 설비가 있다. 바로 단조업계에서는 ‘꿈의 장비’로 불리는 고가의 레이디얼 포징(Radial Forgingㆍ일명 ‘로터리포징’)이다. 레이디얼 포징은 지금까지 국내 단 두대만 도입 돼, 그 중 한대는 한일단조 진천공장에 있다. 레이디얼 포징은 기존의 자유단조에 비해 해머가 네 방향에서 타격하는 멀티단조시스템으로, 기존의 형단조와 자유단조의 중간규모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꿈의 장비’로 불린다. 대당 가격도 200~300억원을 호가해 영세한 단조업체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장비다. 이 대표는 “레이디얼 포징은 생산성이 자유단조에 비해 3배 이상 좋고, 기존 단조로는 생산하기 힘든 고부가 제품도 양산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레이디얼 포징으로 만들 수 있는 품목은 원자력부품, 금형공구강(Round Bar), 니켈기초합금(Ni-Alloy), 엔진배기밸브, 철도차량부품(Work Roller) 등의 고부가 제품들이다. 한일단조는 지난 2008년12월, 국내 단조업계가 출혈경쟁에만 골몰할 때 가장 먼저 레이디얼 포징 도입을 결정했다. “남들이 안하는 고부가 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는 이 대표의 선견지명 때문이다. 이후 2년만에 장비도입과 설치작업이 초스피드로 진행됐고, 지난 10월 국내 최초로 시제품 생산까지 마쳤다. 이번 주에는 인도로 보낼 원전부품(엔드피팅ㆍEnd Fitting) 선적이 예정돼 있는 등 내년부터 레이디얼 포징을 통한 본격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한일단조는 레이디얼 포징을 통해서만 올해 5억원, 내년 366억원, 2012년 502억원의 신규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레이디얼 포징 매출의 급신장으로, 이 대표는 2012년 매출목표가 “2,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13년에는 레이디얼 포징을 통해서만 올 한해 예상매출(951억원)을 넘는 1,000억원 가까운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진천의 레이디얼 포징 공장을 통해 ‘한매 매출액’에 버금가는 새로운 매출이 새롭게 뚝딱 만들어 진 것이다. 2~3년새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하는 것은 45년 역사의 한일단조에 유례가 없는 ‘사건’이다. 이 대표는 “‘로터리 포징’(이 대표는 ‘레이디얼 포징’을 꼭 ‘로터리 포징’이라고 지칭한다) 시장은 다양한 전방시장으로 무궁무진하다”며 “2013년 매출목표로 1,000억원 이상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출한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진천공장에는 현재 레이디얼 포징 장비는 구축됐지만, 열처리 장비는 아직 세팅을 준비하는 단계다.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열처리 과정 도입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레이디얼 포징 장비에다 열처리 과정까지 도입되면 기술력은 물론 원가 경쟁력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독일 기술자를 불러 들여 레이디얼 포징 세팅작업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덕분에 레이디얼 포징을 비슷한 시기에 도입한 경쟁업체가 아직 시제품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일단조는 이미 해외수출을 진행중이다. 설비가 아무리 좋아도 원자재 확보가 어렵게 되면 매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레이디얼 포징에 쓰이는 원자재는 청정처리되는 로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캐파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일단조는 이미 국내 포스코특수강 등 자체 로를 보유하고 있는 2개 회사로부터 1~2년 정도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이 가능하도록 장기계약을 맺어 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있다. 국내외 판로도 인도 M사와 샘플공급 이후 정식 본계약을 예정해 놓고 있고, 국내 D사와 컨소시엄으로 원자력, 화력관련 부품개발을 진행중이다. 게다가 “한일단조의 강력한 해외네트워크로 판로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이 대표는 자신했다. 한일단조와 거래하는 국내외 고객은 대부분 한번 들어 알만한 기업들이다. 다나, 다임러, 미쓰비시, AAC, Nabtesco, 현대차, 기아차, 타타, 볼보,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STX엔진, 다이모스 등이다. 이 대표는 2008년부터 CEO로서 본격적으로 한일단조의 경영을 맡고 있다. 말단 직원 출신인 이 대표를 발탁한 것은 한일단조의 모회사 격인 홍진산업의 2세 오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 95년 기술이사로 들어와 경영수업을 받았고, 2008년 10월부터 총괄이사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3년전 레이디얼 포징 도입을 놓고 회사 내부에 격렬한 반대가 빗발칠 때, 이를 정면 돌파한 것도 이 대표다. 당시 “그 비싼 기계를 들여와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고부가 시장진출은 아직 (한일단조에게는) 먼 이야기다”며 고가의 레이디얼 포징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대표는 “모험을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다”며 자신의 도입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고, 마침내 2세 오너는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한일단조가 레이디얼 포징을 누구보다 먼저 도입하고, 성과를 조기에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대표가 있어 가능했다는 게 회사 내부의 평가다. 한일단조가 레이디얼 포징을 가동한다는 소식에 외국 업체들은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인도는 지난 6월 레이디얼 포징 장비 설치를 막 끝내자 마자 원전부품을 만들어 달라며 계약서를 보냈다. 시제품이 만들어 지기도 전이다. 특히 전세계 2,100여개의 협력업체를 거느린 다나가 작년 홍콩 현지에서 사장단 회의를 하면서 유일하게 우수 협력업체 모델로 한일단조를 소개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그 정도로 한일단조의 기술력이나 납품력에 대한 해외 평판은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고 한일단조의 도전이 여기서 멈춰서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레이디얼 포징 도입이 한일단조의 신성장 동력 발굴의 마침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어발식이 아니라 우리가 잘하는 분야와 연관된, 그것도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사업을 꾸준히 찾고 있다”는 말로 이 대표는 신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무한 의지를 내비쳤다. 사석에서는 자신을 “평생 쇠쟁이”라고 소개하는 이 대표는, 이미 매출 2,000억원이 아닌 매출 1조원대의 거대한 목표로 향해 뛰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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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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