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다’ 등의 발언을 앞세우며 8ㆍ31부동산대책을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거꾸로 ‘8ㆍ31의 덫’에 걸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대책은 6억원 이상 주택과 외지인 농지ㆍ임야 보유를 투기적 소유로 간주해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중과세하도록 한 것이 골자. 지방의 논밭을 사들여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공직자들이 ‘투자’라고 강변하더라도 대책의 성격에 따르면 60%의 양도세를 물어야 되는 투기적 소유에 해당돼 어쩔 수 없이 8ㆍ31의 부메랑을 맞게 됐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올 2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변동 현황을 보면 고위 공직자들은 땅 등 부동산을 통해 부(富)를 축적했다. 특히 서울에 사는 중앙부처 3급 이상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 꼼짝없이 고가주택 보유자로 간주돼 종부세를 물게 된 셈이다.
◇강남권 집 보유 공직자, 고가주택 소유자로 간주=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서울에 거주하는 중앙부처 3급 이상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로 보면 서울 거주 공무원 중 금융감독위원회는 100%, 재정경제부 86%, 건교부는 71%가 강남권 거주자로 조사됐다.
이들 강남권의 경우 주택값이 웬만해서는 6억원을 웃돈다. 8ㆍ31대책은 내년부터 6억원 초과 주택부터 고가주택 보유자로 보고 종부세를 물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에 대해서는 오는 2009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을 1% 수준까지 맞춘다는 계획이다. 공시가격이 10억원이면 2009년에는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납부해야 되는 셈이다. ‘박봉’의 공무원들로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세금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ㆍ31대책, 외지인 농지 보유 투기적 소유= 8ㆍ31대책은 외지인이 농지ㆍ임야를 보유한 것을 투기행위로 보고 있다. 외지인 농지ㆍ임야 양도시 내년부터 과표를 실거래가로 바꾸고 2007년부터는 60%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해찬 총리는 부인이 3년 전 매입한 대부도 농지 683평에 대해 ‘팔 생각이 없으니’ 투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는 거주하지 않고 있다. 외지인 농지ㆍ임야에 해당되고 8ㆍ31대책은 이런 행위를 투기로 보고 있다. 정문수 보좌관도 강원도 철원 농지 680평을 사들였는데 외지인 농지 보유로 간주되는 셈이다. 농지 매입과정에서 농지법 위반 등 실정법 위반 여부를 떠나 이번 대책에 의해 2007년부터는 양도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8ㆍ31대책, 불신 깊어지나=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고위 공직자들의 농지 매입방법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며 “절대 투기목적으로 사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정부가 투기꾼으로 보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대책이 시장에서 악효를 발휘하지 못한 주요 원인은 정책 불신”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8ㆍ31대책에서 발표됐던 사안들에 대해 의원 입법 형태로 올 국회에 상정, 처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