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UCC에 관대해야 하는 이유

최근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동영상 한편이 미국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유력한 민주당 대선 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에 나오는 독재자 ‘빅 브러더’로 패러디한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은 지난 5일 유튜브에 등장한 이후 2주 만에 15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3,000여개의 리플이 달리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오는 2008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UCC가 네거티브 선거 전략으로 활용된 첫 사례다. 지난해 미 중간선거 때에도 당선이 유력시되던 후보가 UCC 동영상 때문에 낙마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다. 미 CBS방송은 UCC가 선거판을 뒤흔들어 놓는 것을 ‘정치적 지진’에 비유했고, ABC방송도 2008년 미 대선은 UCC가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놀라운 것은 상황이 이런데도 당사자인 힐러리와 미 사법당국이 별다른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힐러리는 케이블 TV인 NY1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음치인 것을 알린 동영상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젊은 층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선거위원회(FEC)도 UCC에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개정된 연방선거법은 특정 후보와 선거 자금이 개입되지 않는 한 개인이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을 피력할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스코트 토머스 FEC 위원은 “인터넷 선거운동과 관련해 네티즌들을 검열하거나 후보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도 UCC가 선거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관계 당국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포털 사이트들에 음란 동영상이 게재돼 일부 업체는 UCC서비스를 중단하는 한편 UCC를 사전검열 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렸다. 이 같은 기류가 지속될 경우 선거와 관련된 UCC도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UCC에 대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젊은 세대들의 정치적 관심도 희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미국이 UCC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유통에 관대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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