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밀레니엄기업/한솔PCS] 타임머신

2006년 9월 24일, 대망의 월드컵 결승전 날이 밝았다. 붉은 색의 유니폼, 가슴에 뚜렷히 새겨진 호랑이 모습의 한반도, 그리고 K.O.R.E.A.남·북한 축구 단일팀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해 브라질과 맞붙는 역사적인 날이다. 문득 4년전 서울에서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지난 2002년 서울-도쿄 대회에서 한국팀은 브라질과 준준결승에서 맞붙어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골든골으로 아깝게 패했다. 선수들의 눈에는 4년 전의 패배를 이번 만큼은 꼭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타오르고 있다. 코리아 선수단의 응원부대 붉은 악마. 그들 가운데 직접 경기장에 가지 못한 응원단원이 서울 상암 경기장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어젯밤 늦게 응원단장에게서 전자우편으로 집결지를 긴급히 연락받았다. 모두 다양한 치장과 함께 한 손에는 확성기 등 응원도구, 다른 손에는 거의 대부분 한솔PCS의 멀티 단말기를 가지고 있다. 멀티비전에서 늠름한 우리 선수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드디어 경기 시작. 전반 20분만에 브라질의 한 선수가 교체 선수로 들어왔다. ‘백넘버 35번’. 못보던 선수다. 붉은 악마들은 일제히 한솔PCS 멀티 단말기를 꺼냈다. 인터넷에 들어가 어떤 선수인지를 검색한다. 『아! C조 예선에서 2골을 넣었지만 발목 부상으로 벤치에서 쉬고 있던 선수구만』 「전반전 타임아웃」. 방송사마다 전반전에 대한 논평이 한창이다. 브라질 선수들이 너무 거칠게 경기를 한다고 모두들 한 마디씩. 붉은 악마들은 멀티 단말기를 이용하여 브라질 응원단과 통신상에서 또 다른 경기를 벌인다. 서로의 선수를 칭찬하며, 거친 플레이를 벌인 상대 선수에 대한 악평도 늘어 놓는다. 「후반전 시작」. 팽팽하던 접전 속에 환호성이 울렸다. 우리 선수의 절묘한 코너킥이 성공하여 1대0. 「후반전 타임아웃」. 코리아가 드디어 피파컵을 품에 안았다. 붉은 악마들은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근처 호프집으로 모였다. 응원가를 부르고 잘 싸워준 선수들을 격려한다. 그 가운데 한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어? 도서관이 아니네? 도서관에 간다면서 왜 술 집에 있는거야?』 화상 전화라 이제는 거짓말도 못한다. /강창현 기자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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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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