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투신 구조조정 더 이상 차질 없어야

대한투자증권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인 영국계 PCA(프루덴셜 금융그룹)의 인수 포기로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예비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은행과 협상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나 하나은행 역시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리가 없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투 매각협상이 안개속에 빠지면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돼온 한국투자증권의 매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투신 증권사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이후 마지막 남은 금융구조조정의 하나다. 은행 등 다른 금융부문은 매각 및 인수 합병 등으로 구조조정이 미흡하나마 거의 마무리되었는데 유독 투신 부문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양 투신사에 모두 7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고 있지않다니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협상 결렬이 자칫 금융구조조정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않아 어려운 경제에 부담을 주지않을까 우려된다. 기업의 매각협상은 원래 밀고 당기며 우여곡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 비싸게 팔려는 측과 싸게 사려는 측의 상충하는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는 측과 사는 측은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경로로 대화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PCA측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 된지 불과 한달여 만에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이렇게 단기간 내 결렬되는 기업 매수협상도 드물지 않나 싶다. PCA측이 처음부터 인수보다는 실사과정에서 얻는 국내 투신사 영업비밀 파악에 뜻이 있었다는 일부의 분석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이것도 고도의 경영기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지 모르나 당국의 매각협상에 허점이 없었는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투신사 매각이 쉽지않은 것은 다른 금융업종보다 숨겨진 부실 산정이 훨씬 까다로운 점이 주요 요인이다. 대투의 경우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대우그룹 위기 때 발행한 후순위채권담보부채권(CBO)의 처리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CBO가 부실화 할 경우 이에 대한 손실보전을 정부가 얼마나 해줄 것이냐가 매각 협상의 핵심 과제이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이번 협상 결렬의 주요 이유다. 금융계는 대투의 사후부실 규모를 1조2,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고 정부는 이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협상에서 사후부실 규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잠재적인 부실을 지나치게 떠안으면서 인수할 리도 없고 또 인수하게 해서도 안 된다. 더 강한 금융기업을 육성하려는 것이 금융구조조정의 취지가 아닌가. 인수하려는 측도 경영합리화와 시너지효과 등으로 수익구조개선이 가능하다면 거저먹기 식의 사후 손실보전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양측이 시장원리를 존중하면서 조기에 원만히 협상을 타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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