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광동­홍콩,연인에서 부부로(홍콩반환 원년)

◎경제통합 가속 “중국의 대외교역 창구로”/79년 특구지정 이후 연 12% 고속 성장/경공업서 중화학으로 발빠른 구조조정/중소기업 역진출 본격화 ‘홍콩의 중국화’ 겨냥해질녁 심천 도심의 심남중로 부근의 한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 심천시내에서 택시운수업을 하고 있는 심천시려유공사 홍장흠 총경리(사장)를 포함한 7명의 경영진들이 김수희의 「애모」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한국의 대우측과 만찬을 함께하고 있다. 우리의 세관에 해당되는 해관공무원 한명도 자리를 같이 했다. 중국 특유의 연줄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홍장흠 총경리는 지난 11월 대우측에 고속버스사업 합작을 제의했고 양측은 합작의향서를 교환, 정식 계약만 남겨논 상태다. 식재광동이라는 말에 걸맞게 갖가지 해산물이 끝없이 들어오고 여유공사측은 파견나온 대우의 고희석 대리에게 술을 권하느라 여념이 없다. 홍장흠 총경리는 합작 성사 막바지 단계에서 대우측을 초청해 자본금 6백만달러의 계약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고희석 대리는 『중방(외국기업과 합작시 중국기업을 일컬음)」이 대우와의 합작을 원하는 것은 선진 경영기법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해준다. 호텔업 등 20개 계열사를 갖고 있는 중견그룹인 여유공사가 계획하고 있는 고속버스노선은 2시간여 거리인 심천과 광주를 잇는 6차선의 광심고속도로. 인접한 홍콩과 함께 고속성장을 구가해온 광동성의 젖줄인 만큼, 홍콩기업인을 포함한 유동인구가 나날이 늘고 있는 곳이다. 심천을 포함, 중국 남부의 광동성은 이처럼 선진관리기법뿐 아니라 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유치하려는 업체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광동성은 지난 79년 중국정부의 개혁·개방의 시험지구로 선정된 이래 연평균 12%의 고속성장을 지속, 중국최대의 부성이다. 특히 홍콩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심천은 개방이래 연 25%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도시다. 1만명 남짓의 가난했던 어촌이었던 심천은 현재 인구 1백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중국내 최고치인 8천달러로 이미 신흥개발도상국(NIES)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광동성의 눈부신 발전의 골간은 성도인 광주와 경제특구인 심천­주해로 이어지는 주강삼각주. 광동성의 성장 원동력인 홍콩과의 교역이 이 주강을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최대 교역 상대국인 대홍콩 수출액이 90년 85억달러에서 95년 5배가 넘는 4백84억달러로 껑충 뛰면서 전체 수출액중 87%를 넘어섰다. 대홍콩 수입액도 90년 41억달러에서 95년 3백3억달러로 늘었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박진형 광주 무역관장은 『홍콩을 통해 광동성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상당부분이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홍콩과 함께 광동성은 중국의 수입창구다. 비공식적인 수입액은 공식 통계수치를 훨씬 상회한다』고 말한다. 이에따라 광동성은 중국 전체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2년 21.7%에서 95년 37%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또 광동성의 외국투자기업 수출이 중국전역의 외자기업 수출의 44%를 점유하고 있다. 이같은 광동성의 놀라운 발전은 단연 홍콩과의 지리적 인접성때문. 이제 홍콩반환으로 광동성과 홍콩은 명실상부한 단일 경제권으로서 경제통합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홍콩기업인들은 80년부터 값싼 노동력과 저렴한 공장부지를 쫓아 광동성으로 달려왔다. 그 결과 홍콩 제조업체의 85%가 광동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광동성에 등록된 6만여개 외국투자기업중 홍콩기업이 무려 4만개로 총 4백만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광동성이 홍콩의 제조업기지로 변신하면서 90년 20억달러이던 홍콩의 대광동 투자액이 95년 1백90억달러로 급증, 전체 외자도입액의 73%를 차지했다. 광주시 외곽에 자리잡은 세문수대유한공사. 92년 현지진출해 핸드백, 지갑 등 피혁제품을 생산, 전량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 수출하고 있는 한국업체로 진출이래 40% 이상의 고속성장을 지속해 지난해 매출이 4천9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임동진 공장장은『2천6백명 종업원(여성이 90%)들의 월급은 인민폐로 5백원으로 우리 임금의 1/20 수준이다』고 말한다. 종업원중 80%가 사천성 출신의 20대 여성. 이렇게 저임으로 만들어진 상품은 홍콩을 거처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오창석 홍콩무역관장은『매일 심천에서 홍콩으로 운송되는 물동량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만2천개로 이중 90%가 재수출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5백달러. 광동성은 2배가 넘는 1천50달러다. 이같은 소득격차로 중국 각지에서 떠도는 이주 노동자들이 광동으로 몰려들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강기완 광주 지사장은『돈을 벌기 위해 광주에 들어오는 떠돌이 노동자가 6백만에 이른다. 광주시 인구가 6백만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엄청난 숫자다』고 말한다. 임금수준이 높아 외지로부터의 인력유입이 지속되자 광동성 정부가 엄격한 단속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홍콩으로부터 외자유치가 확대되면서 광동성의 산업구조가 의류, 섬유 등의 경공업중심에서 전자, 석유화학, 기계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프랑스 반도체회사인 SGS톰슨이 심천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홍콩반환을 계기로 중국기업들의 홍콩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홍콩내 중국기업수는 1천8백여개로 총 자산 규모가 4백25억달러. 대부분이 소규모 업체인 이들은 홍콩반환을 시작으로 홍콩의 중국화를 이끌 개미군단들이다. 홍콩 무역발전국의 수석연구원 에드워드 룽은『중국기업의 홍콩지분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홍콩전체로 볼때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반환을 계기로 중국이 홍콩내 인민폐 거래를 허용한다면 홍콩의 외환시장은 일대 도약을 할 수 있다』며 홍콩반환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반환이 임박하면서 홍콩은 국제 금융·무역센터로서 중국의 자금조달 역할를 가속화하고 있다. 정순동 외환은행 홍콩현지법인 부사장은『올들어 9월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해외차입규모는 6백50억달러로 이중 80%가 넘는 5백20억달러가 홍콩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중국이 인프라 건설을 위해 지난해 차입한 규모가 57억달러로 홍콩반환과 함께 그 규모는 급증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계 1백대 은행중 85개 은행이 진출해 있는 것을 포함, 96년 5월 현재 3백76개의 외국은행이 진출해 있는 홍콩은 역외금융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신랑 중국과 신부 홍콩은 올 7월 결혼한다. 신랑은 결혼해도 신부의 독립성을 지켜주겠다고 맹세한다. 하지만 신부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신부의 GDP는 신랑의 1/4인 1천6백억달러. 10만명에 이르는 홍콩인들이 중국 전역, 특히 광동에서 그들의 기업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광주 시내「긍덕기(캔터키)」라는 글자가 번쩍이는 네온사인 아래 청춘남녀들이 팔장을 끼고 햄버거와 콜라를 즐기는 모습에서 중국의 홍콩화가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홍콩·심·광주=이병관> ◎인터뷰/레이몬드 호 캐피털차이나그룹 회장/중 귀속후 노동자 급속유입 없을 것/특유의 인맥이해 대중투자 성공 관건 『등소평을 3번, 강택민 국가주석을 2번 만난 적이 있다』 홍콩반환후 기업의 장래를 묻자 캐피털 차이나 그룹의 레이몬드 호 회장이 대답하는 첫마디다. 호 회장은 최근 홍콩 초대 행정장관과 임시의원들을 선출한 추선위 위원이며 홍콩 교통자문위원회 위원장 등 공식직함만 수십개인 홍콩TV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사다. 영국 런던대학에서 토목공학으로 박사과정을 마친 호 회장은 지난 80년대 홍콩의 샤틴 뉴 타운 복합단지 건설, 구룡과 심천접경지역인 나호를 잇는 고속전철인 구광철(KCR)사업에 참여하는 등 지난 34년간 엔지니어로 활동해왔다. ­캐피털 차이나 그룹은 어떤 회사인가. ▲도로, 항만 등 사회기간시설의 자금조달이 주사업이며 식수사업, 부동산업, 무역업, 금융업 등에도 진출해 있다. 종업원은 1천여명이며 지난해 20억 홍콩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중국의 사회간접자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하남성과 절강성 림안에 각각 6천2백만달러, 3천4백만달러를 투자, 수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또 41.5㎞길이의 광주 제2 시고속도로와 2백6㎞에 이르는 광동성 서부해안 고속도로에 각각 3억6천1백만달러, 7억1천4백만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데 외국기업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 ▲중국 특유의 인맥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법규보다는 연줄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중국기업과 사업을 하려면 먼저 사람을 사귀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프라 건설외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시아의 점증하는 목재수요에 맞춰 외국기업으로선 처음으로 중국에 오동나무 식수사업을 벌이고 있다. 광주농업대학과 제휴해 북경, 광주, 해남성, 안휘성, 복건성 등 중국 전역 10개 지역에 오동나무 식수부지를 선정했다. 오동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성장이 4배 정도 빨라 매년 5∼6m 자란다. ­홍콩반환후 중국 노동자들의 홍콩러시가 우려되는데. ▲중국정부가 철저히 중국인들의 홍콩유입을 차단할 것이다. 과거 중국이 취한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의 이민 쿼터 1백50명도 홍콩측의 요청에 의해 1백5명에서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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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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