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 되살아나고 있나/4월 산업활동동향 의미

◎생산·민간소비 등 올들어 호조 지속/투자위축·재고누증 본격회복 난망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중 산업생산 증가율은 10.7%에 달해 지난해 10월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으며 제조업평균 가동률도 82.5%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산업생산은 지난 1월 5.9%로 지난해 3월(5.8%)이후 1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올 2월 6.1%, 3월 9.1%, 4월 10.7% 등 올들어 4개월째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민간소비를 나타내는 도소매판매는 올 1월 1.4%, 2월 3.3%, 3월 3.9%에 이어 4월에는 4.1%를 기록,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평균 6.9%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함께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기계류수입액은 지난해 12월 마이너스 2.1%를 기록한 후 연속 5개월째 마이너스를 나타내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아직도 비관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투자활동을 나타내는 또다른 지표인 공업용 건축허가면적도 올 1·4분기 마이너스 12.6%에 이어 4월에도 마이너스 12.8%로 기업의 투자마인드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민간과 기업들의 수요가 부진한 상태에서 산업생산지표가 두자릿수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낸 것은 철강 석유화학 등 대규모 장치산업이 많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경기상황에 따라 신축적인 생산조절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요가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생산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에따라 생산된 물건이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여 4월중 재고증가율이 13.2%를 기록하는 등 지난 95년 7월이후 연속 22개월째 두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에따라 물량기준으로 거시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아직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다만 6∼7개월후 경기동향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지난 4월중 1.1% 증가, 지난 3월의 0.9%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여 이르면 4·4분기중 우리 경제가 경기저점을 통과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통계청은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강병일 통계조사국장은 『경기저점에서는 출하증가율이 생산증가율을 상회하는 것이 상례인데 우리 경제는 아직 생산증가율이 출하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이달들어서는 엔화강세등의 영향에 힘입어 28일 현재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4.7%의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수요에 따른 국내경기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달의 수출이 월초 근로자의 날 연휴와 석가탄신일 등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4∼5일 적은데도 5% 가까운 높은 증가를 보인 것은 수출회복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현상으로 판단돼 주목된다. 한편 올들어 급증세를 보이던 실업률은 지난 4월 2.8%로 3월의 3.4%에 비해 0.6%포인트가 하락했다. 이는 지난 3월중 52만7천명이 증가했던 경제활동인구가 지난 4월 36만5천명으로 줄어들며 구직활동에 나서는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이형주> □전문가 진단 ◎지표반등은 단순 계절적요인에 의한것/생산증가율,출하 상회… 재고누적 지속/정문건씨·삼성연 연구위원 4월중 산업활동통계에서 놀랍게도 산업생산이 두자릿수인 10.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내수가 급랭해 장사가 안된다고들 아우성인데도 내수출하가 6%이상 신장하여 거의 평년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면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인가. 한마디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다. 4월중 지표상의 반등은 단순히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 금년 4월의 제조업 조업일수가 작년 4월 총선 등으로 인해 1.5일 이상 길었음을 감안하면 4월중 산업생산증가율은 2∼3% 과대평가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금년 5월중에는 근로자의 날이후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재고조정을 위해 5일이상 연휴를 실시한 바 있어 산업생산증가율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 경기상황은 내수부진으로 무역수지는 개선되면서 실업은 늘어나는 전형적인 축소균형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하겠다. 또한 4월 지표상으로 보더라도 아직 생산증가율이 출하증가율을 상회하고 그 격차도 확대되고 있어 누적되고 있는 재고가 좀처럼 크게 조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4월의 생산지표들은 상대적인 수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의 급랭으로 아직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의 전기를 맞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소비·투자·수출등 경기 회복기운 뚜렷/원절하속 반도체등 가격 상승 “청신호”/온기운씨·산업연 분석실장 소비, 투자, 수출 등 성장과 관련된 주요 지표가 4월들어 대부분 호전됐다. 주요 지표를 볼때 우리 경제의 회복기운이 나타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순환적 측면에서는 재고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경기회복이 다소 지연되는 요인이 있으나 그동안 경기침체를 심화시킨 노사분규, 대기업 부도 등의 파문이 가라앉으면서 기업들의 생산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또 2년가량 진행된 원화절하 효과가 가시화, 세계 경제의 호조와 맞물려 수출여건을 회복시키고 있다. 성장요소중 민간소비는 일단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나 경기후행적 성격때문에 당분간 뚜렷한 회복세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 설비투자도 작년중 중화학업종을 중심으로 대형투자가 마무리되고 제조업의 재고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금년중 성장을 견인할 정도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장의 견인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대외거래이다. 향후 원화절하의 수출증대 효과가 가시화되고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소재가격이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월들어 가파른 엔화강세가 이루어져 수출회복에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어 경기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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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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