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뮤지컬의 본산지 뉴욕 브로드웨이의 최고점은 80년대. 90년대로 넘어서면서 실험적 작품들이 무대를 채운다. 당시 대표작 중 하나인 ‘렌트’. 공연 10주년을 기념,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이 성사됐다. 브로드웨이 팀의 해외공연은 이번이 처음. 상반기에 싱가포르, 홍콩, 베이징, 타이완, 서울 등 아시아 공연이 계획돼 있고, 하반기에는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다. 아시아 투어를 위해 주인공 미미역에 홍콩배우 모원웨이를 캐스팅, 관객들의 친밀도를 높였다. 모원웨이는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에이즈 환자와 함께 생활하며 진정한 미미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품에 몰입했다. 국내에서는 2000년 초연 이후 두 번의 라이선스 공연을 통해 국내 뮤지컬 붐을 일으키는 데 한 몫을 했다. 렌트는 96년 초연 당시 히트를 치며 미미의 패션이 뉴욕 맨해튼을 뒤덮었고, 극장 앞에는 매일 밤 티켓을 구하려는 젊은이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당시 뉴욕 경찰국이 직접 나서서 티켓을 추첨제로 판매하도록 한 조치는 극장가의 유명한 일화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렌트’는 동성애, 마약, 노숙자 등 9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묘사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단촐한 무대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줄거리, 신선한 록 음악, 배우들의 열정적인 춤과 연기로 96년 토니상 작품상, 음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석권하며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에서 따온 이 작품은 19세기말 파리 뒷 골목에서 폐결핵을 앓는 ‘거리의 여자’ 미미를 1990년대 맨해튼에 살고 있는 약물중독 에이즈를 앓고 있는 댄서로 바꿨고, 시인 로돌포는 음악가 로저로 변신했다. 화가 마르첼로와 철학자 코르리네, 음악가 쇼나르 등 로돌포의 친구들은 영화와 쇼 사업에 종사하는 마크, 로저 등이 역할을 대신한다. 렌트는 미미와 시인 로돌포의 애틋한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원작 ‘라 보엠’과 기둥 줄기는 같이 가지만 차이는 결말부분. 라 보엠에서는 미미가 폐결핵으로 로돌포의 품에 안겨 죽게 되지만, 렌트에서는 죽었던 미미가 환생하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10년이 지나도 관객들의 인기가 시들지 않는 배경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각과 고민을 사실적이면서도 역동적으로 표현해냈다는 것과 미미를 살려내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라이선스 작품을 본 적이 있는 팬이라면 이번 무대는 브로드웨이 팀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처음 보는 관객에게는 향후 10년 이내에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묘미를 선사한다. 13일~2/26일까지.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 (02)512-7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