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은행들의 근시안적 시각

[기자의 눈] 은행들의 근시안적 시각 김정곤 기자 mckids@sed.co.kr 최근 기자와 만났던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투자예측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국내 은행들의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큰 기준은 사물을 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단언했다. 반쯤 물이 차 있는 컵이 있다. 외국계 IB들은 아직도 물이 많이 남아 있다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물이 반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머뭇거릴 뿐이다. 이 때문에 외국계 IB들이 회생가능성이 큰 부실기업에 투자해 쉽게 돈을 버는 반면 국내 은행들은 때늦은 후회를 반복하고는 한다. LG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LG카드는 불과 한해 전까지만 해도 유동성 위기 속에 국가 경제를 위험하게 만드는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중재와 은행들의 지원, 임직원들의 노력 속에 지금은 연간 순이익 1조원 이상인 우량 카드회사로 다시 회생했다. 당시 은행권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어떻게 하면 손해를 덜 볼 것인지였다. 서로 눈치만 보며 지원을 기피했고 일부에서는 LG카드에 출자전환하면 그 돈은 결국 떼이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최근 LG카드의 회생과 주가상승으로 채권 은행들은 큰 돈을 벌게 됐다. 미국계 IB인 메릴린치는 대다수 은행들이 냉랭한 시선을 보인 것과 달리 LG카드에 선뜻 4억달러를 투자해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이는 LG카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 차이에 기인한다. 대다수 국내 은행들이 LG카드의 회생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한 반면 메릴린치는 LG카드의 회생과 한국 경제의 밝은 미래를 보고 기꺼이 투자를 감행한 것. 최근 LG카드를 둘러싼 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은행들이 LG카드를 인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ㆍ합병(M&A)의 기본이라 할 비공개 인수전략의 대원칙도 무시한 채 남이 인수하겠다니까 나도 인수하겠다는 식의 과열경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나몰라라 하다가 이제는 돈되는 회사가 되니 서로 덤벼 인수 가격만 올리는 모양새는 스스로의 다리를 묶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입력시간 : 2005/11/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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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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