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CEO&STORY]강원 우리카드 사장

당나라 시선(詩仙) 이태백이 유년 시절 학업 차 상의산(象宜山)에 갔다가 싫증이 나 하산하던 길이었다. 한 노파가 물가에 앉아 바위에 도끼를 갈고 있었다. 이태백이 연유를 묻자 노파는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중(磨斧作針·마부작침)"이라고 했다. 어안이 벙벙한 그를 보고 노파는 말했다. "도끼를 갈고 또 갈면 언젠가는 바늘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원(57·사진) 우리카드 사장의 모습에서 이태백의 '마부작침' 유래가 떠올랐다. 강원도라는 산 많은 동네 출신인 것에서부터 인생 유년기부터 갖은 '바위'들을 갈고 또 갈아 '바늘'로 만든 경험들, 문인이듯 대학 시절 문예부장을 거쳤던 점 등이 재밌게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강원'이란 이름처럼 다산(多山)한 동네,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출신이다. 강원도가 이름의 유래인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다. 이북이 고향인 삼대독자 아버지가 월남한 뒤 낳은 첫째(元·으뜸 원) 아들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산골에 살았던 강 사장에게 유년 시절 추억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중학교 때 비로소 서울로 유학을 왔는데 이따금 고향으로 돌아가 스케이트를 타러 가면 어떨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산골 소년은 펑펑 내리는 눈을 배경으로 두 시간을 걸어 꽁꽁 언 저수지까지 찾을 정도로 스케이트광이었다. 강 사장은 현재의 강원도 세계잼버리수련장이 위치한 저수지를 즐겨 찾았다. 그는 추운 겨울날, 강과 바다가 이어져 만난 호숫가를 넘나들며 스케이트의 '흥' 그 자체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념'을 배웠다고 했다.

유년의 집념을 더욱 단단하게 해준 건 학창 시절과 은행원 때 겪은 잦은 고배였다. 그의 인생에서 '단번'에 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입학, 입행 당시 승진을 한 번에 성공한 기억이 없다.

중학교 입시가 있던 당시 재수 끝에 서울의 한 중학교로 입학했다. 고등학교 진학도 운동에 빠져 공부를 미루다가 2차 때나 합격했다. 재밌게도 강 사장이 모시는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또한 그러했다.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에 입행한 뒤에도 한 번에 승진한 적이 없었다. 대리·차장 진급 시험도 각각 네 번 만에 붙었다. 강 사장은 "시험 중 한 번에 붙은 건 예비고사밖에 없다. 전부 2차만 다녔다"면서 "우리카드 사장도 우리기업 대표 다음으로 왔으니 어떻게 보면 두 번 만에 온 셈"이라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남들처럼 단번 합격은 없었지만 미소는 잃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종교활동에 있다. 강 사장은 고등학교 시절 교회를 꾸준히 다니며 성격이 긍정적이고 활달하게 변했다고 회상한다. 그는 "인간으로서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종교는 좋은 의지처인 것 같다"면서 "교회 내 청년회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사람도 다양하게 만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활동적인 끼를 발산하고자 대학 입학 뒤 학생회 내 문예부장을 맡았다. 문예부장을 하면서 그는 축제 기획을 도맡았는데 봄·가을 대학 축제 때 행사를 준비하고 기업체를 섭외하는 등 다분히 영업적인 성향을 뽐냈다. 긍정적 에너지를 내는 그에게 많은 지인이 결혼식 사회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강 사장은 특히 대학 운동부 주장들의 결혼식 사회를 많이 맡았다고 했다.

실제 성균관대 동기였던 김철용 전 페루 국가대표 여자배구팀 감독이 결혼할 때 사회를 봐주기도 했다. 재밌게도 강 사장은 현재 우리카드 배구단 구단주를 겸임하는데 강만수 현 우리카드 배구단 감독과 그는 대학 1년 선후배 사이이며 경쟁 배구단 소속 신치용 삼성화재 배구단 감독은 그와 동기다.

문예부장으로서의 다양한 경험은 은행에서 그를 '영업통'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강 사장은 1978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1999년 우리은행 봉천동 지점장을 시작으로 현장에서 자신의 업력을 쌓아 나갔다. 2005년부터는 만 3년 동안 영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후 부행장과 우리기업 대표를 거쳐 현재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그는 은행에서 영업할 때가 정말 즐거웠다고 말한다.

강 사장은 "은행에 있었을 때 영업하는 게 참 재미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영업이란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성과를 내는 영역이다. 여기서 맛보는 성취감은 색다른 기분"이라고 했다.

이어 자발적으로 일해서 성취감의 희열을 맛본 사례를 하나 꼽아줬다. 바로 '둥근 현금지급기(CD) 부스(booth)' 보급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CD 부스의 외관은 대개 각진 형태다. 강 사장은 왜 사각형 박스 모양의 부스만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을 던졌다. 2011년 부행장 시절 정형화된 CD 부스에 디자인을 입혀보자고 주문했고 이후 둥근 형태의 부스가 보급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시도가 고객들의 호응을 얻자 다른 은행들도 부스의 형태를 바꿔가기 시작했다.

그는 "CD 부스가 각진 형태만 있다고 생각하니 도시가 다 재미없는 듯했다"면서 "정형화된 디자인을 바꿔보자고 제안했고 결국 많은 은행이 따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자신이 가진 이 같은 '자발성이라는 유전자(DNA)'를 우리카드 최고경영자(CEO)로서 구성원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어 했다. 다른 덕목 중에서도 '으뜸(元)'으로.

사실 분사한 지 이제 겨우 만 8개월이 지난 우리카드는 현재 외인구단의 성격이 짙다. 우리은행 직원 출신과 외부 경력직 출신이 각각 2대1의 비율을 차지한 혼합된 조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업계 카드사라기보다 우리은행 카드영업본부 같은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어 우리카드 DNA의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고 있다.

강 사장은 "조직 세팅이 아직 덜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직원들 간 화합"이라면서도 "카드사 구성원으로서 구성원 개개인들이 회사의 주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직원들의 정신 개조와 내부 교육을 많이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카드 직원들이 자신만의 틀에 갇혀서 사고하지 않고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생 카드사만의 포부도 갖고 있다. 본사 내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 내용인 '우리의 오랜 바람 M/S(시장점유율) 10%'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불황기를 맞은 카드 시장에서 혼란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정도 경영을 하면서도 우리카드의 최대 장점인 법인카드 시장 확대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갈 수 있다는 자만 아닌 자신을 내비쳤다.


강 사장은 "카드업의 본업인 신판을 떠나 외도를 하면 꼭 사고가 나게 된다. 대출을 왕창 하지 않으면서도 등급 좋은 사람들에게 금리를 깎아주는 등 우량 고객들을 껴안겠다"면서도 "내년까지 시장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려 작지만 강한 조직임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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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분사의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함인데 한 번 나왔으면 무조건 1등을 하는 것이 맞다"면서 "마부작침이란 말처럼 직원들에게 한 가지를 물면 절대 놓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갈고 또 갈아야만 하는 일이 남았는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는 못다 한 학업을 꼽았다. 입행 당시 처음으로 접했던 일이 외환 업무였다. 공대생 출신인지라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재미도 있었던지라 무역대학원에 덜컥 입학 지원서를 냈지만 30년 가까이 마무리 짓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이상하게 어떤 일을 벌이고 난 뒤 매듭을 짓지 못하면 꼭 꿈에 나오더라"면서 "내년 1월에 경영대학원에 재입학해서 논문을 쓰고 학업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 강원 사장은

△1956년 강원도 고성 △1974년 휘문고 △1978년 성균관대 금속공학과 △1978년 상업은행 입행 △1999년 우리은행 봉천동지점장 △2001년 우리은행 트윈타워기업금융본부 기업금융지점장 △2005년 우리은행 경수기업영업본부장 △2008년 우리은행 여의도기업영업본부장 △2009년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 △2010년 우리은행 중소기업고객본부 집행부행장 △2013년 우리기업 대표이사 △2013년 우리카드 사장








'우리'만의 상품 계열화로 은행과 시너지 낼 것

■ '더 원' 카드사 향한 강원 사장의 애착

신무경기자

강원 우리카드 사장의 응접실에 들어서면 피할 수 없이 보게 되는 문구가 있다. 액자에 담긴 '우리나라 1등 카드 우리카드'다.

강 사장은 '우리나라'라는 표어에 애착이 많다. 취임 이후 우리카드의 모든 카드 플레이트에 '우리나라'를 써넣으라고 주문할 정도다. 강 사장 취임 이후 발급되는 카드에는 어김없이 '우리나라 우리카드'가 붙어서 나온다. '우리'라는 좋은 고유명사를 최대한 활용해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자는 취지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플레이트를 통해 해결했고 남은 과제는 '1등 카드' 만들기다.

현재로서는 법인카드 이용 실적만 선두인 반쪽짜리 1등이지만 △우리은행과의 시너지 △상품 계열화만 착수되면 못 이룰 것도 없다는 포부다.

강 사장은 "우리카드의 카드 상품을 팔아주는 곳이 은행이다. 직원들에게 은행에 귀찮을 정도로 찾아가 도와달라고 부탁하라고 말했다"면서 "한편으로는 은행도 좋고 우리카드도 좋을 수 있는 시너지 상품을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융·복합만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우리카드와 우리은행이 시너지를 낸 대표적인 상품은 '우리은행 매직 적금'이다. 이 상품은 은행에서 정해진 이율에 더해 신용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추가 우대 이율을 제공한다.

지난 2011년 7월 출시된 매직 적금은 이달 9일 현재 누적 26만1,426좌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취급액만도 1조2,532억원이다. 강 사장은 직원들에게 '매직 적금 2탄'을 주문해놓은 상태다.

아울러 우리카드만의 상품 계열화를 준비하고 있다. 강 사장은 "고객이 은행에 와서 편하게 고를 수 있는 상품을 구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파는 사람이 모르는데 사는 고객이 카드 상품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겠냐"라고 반문하면서 "이런 고민을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내년 1~2월 중 상품 계열화가 이뤄지고 대표 상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카드의 올해 실적은 나쁘지 않다. 4월 분사 이래 300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분사 전인 1·4분기 순이익을 합치면 올해만 500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는 셈. 업계에서는 분사 최초로 낸 성적치고 선방한 숫자라고 평가한다. 강 사장은 "금융사는 절대 마이너스 성장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법인카드 실적 1등인 우리카드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경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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