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 분석및 평가

'수도권 규제완화' 차기정권으로 넘겨<br>내년 대선등 정치 논리에 휩싸여 진척없어<br>"非수도권·中企에 수혜자 치중" 지적도


‘내 색깔은 시장에서 (정책으로) 평가해줄 것이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부총리가 되고 싶다는 것으로 취임 일성을 밝힌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고용창출 효과를 얻겠다며 내놓은 115개 과제의 면면을 보면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한 흔적이 적지않다.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밝힌 뉴딜론에 비해서는 왜소하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 대선 국면을 고려해볼 때 수도권 규제완화는 사실상 차기 정권으로 넘어갔고 대책의 주된 수혜자가 비수도권ㆍ중소기업에 치중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하이닉스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이천공장 증설 문제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아울러 ‘권오규 경제부총리호’가 내놓은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종합대책은 지금까지 추진된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산재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006년 우리 기업의 현실은=참여정부는 지난 2004년 8월 규제개혁기획단까지 설치하며 대대적인 제도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대책을 내놓으면서 조사한 우리 기업의 현재 상황을 보면 이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우선 규제총량은 오히려 늘었다. 총 규제건수가 2000년 7,133건에서 2006년 8,083건으로 13.3% 증가했다. 이중 환경ㆍ노동 분야의 규제는 2000년 925건에서 현재 1,059건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균형발전 명목으로 추진된 각종 개발계획은 지가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투자의 위협요인으로까지 부상했다. 대도시 공장용지의 가격이 평당 200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파리의 9배, 암스테르담의 3배 이상 수준이다. 덩어리 규제완화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창업활력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공장설립 건수가 2004년 9,204건에서 2005년에는 6,991건으로 줄었다. 올해에는 6,144건(추정)으로 단계적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은행 등 외국 기관에서 기업환경 경쟁력이 낙후돼 있다는 소식을 전할 때마다 정부는 ‘침소봉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종합대책 마련 과정에서 정부 스스로도 이 점을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권오규 경제팀 어떤 평가 받을까=이번 대책을 총괄지휘한 재경부는 중소기업 4,775개, 대기업 100개 등 5,000여개 기업에 대한 샘플 조사와 현장 점검단을 권역별로 파견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런 노력 덕일까.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호의적 평가도 엿보인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정부가 각종 기업 관련 규제를 투자부진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했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실장도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적잖은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등에 눌려 재경부가 수도권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못 댄 채 넘어간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시각도 적지않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부연구의원은 “수도권 입지규제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입지규제 완화를 주장해온 대기업 입장에서는 실망스럽다고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대책에서 수도권 규제는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공장총량 허용분이 늘었지만 이는 기존 공업지역을 새로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로 늘어난 것은 없다. 투자계획별로 검토하겠다는 종전 입장에서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권오규 경제팀도 정치 논리에 의해 수도권 문제를 풀지 못했다”며 “결국 차기 정권으로 공을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책 전문에서 ‘세계 10위권 내 기업환경을 만들겠다는 각오 아래 규제를 혁파하고 역량을 집중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는 이번에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해 보고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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