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형마트서 연필 낱개로 못산다고?… 무리수 둔 동반성장위

문구소매업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

연습장 등 18개 품목 묶음판매만 가능

업계 "현실무시… 효과도 의문" 발끈


동반성장위원회가 문구소매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형마트의 문구 판매 품목을 제한해 지나친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제36차 동반성장위원회를 열고 문구소매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앞으로 종합장과 연습장, 일반연필, 문구용 풀, 지우개, 일반색종이, 스케치북, 형광펜, 물감, 크레파스 등 초등학생용 학용문구 18개 품목은 낱개로 판매하지 못하고 묶음 단위로만 판매해야 한다. 보통 학부모들이 학용품을 낱개로 구매하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마트에 대해 사실상 영업 제한 조치를 내림 셈이다. 품목별 묶음규모와 시행시기, 할인행사 등 세부사항은 전국학용문구협동조합과 대형마트 3사가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동반위는 지난 2월 문구를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소형 문구업체에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이후 문구협동조합과 대형마트 3사는 34번의 협의를 통해 세부사항을 조율했다.


동반위가 문구류를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자 업계에서는 동반위의 조치가 지나치다며 발끈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현실성 있는 조정안을 내놓는 게 동반위 역할인데 일일이 특정 품목을 지정해 대형마트의 판매를 제한하는 게 과하다는 지적이다. 한 문구업계 관계자는 “동반위가 문구소매업계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해 묶음단위 판매 품목을 지정한 것”이라며 “최근 문구소매업계의 폐업이 증가하는 것은 단순히 대형마트 때문이 아니라 학생 인구 감소와 문구전문 프렌차이즈·인터넷 쇼핑몰 등장, 학습준비물 지원제도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인데 대형마트 판매 제한에만 초점을 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도 “동반위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동반성장과 관련해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국회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자 다소 무리하게 대형마트와 문구소매업체 간 합의를 유도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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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형마트에 대한 문구 판매 규제가 골목 문구업체에 곧장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에 문구류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는 “다이소 등 생활용품 전문매장과 문구전문 프렌차이즈 전국 체인점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인데 대형마트 판매를 규제하면 골목 문구점들이 살아나기보다는 오히려 프렌차이즈 체인점 등이 반사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다이소의 연 매출 1조원 가운데 문구 매출 비중은 약 20%로 추산되며 앞으로 그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동반위 측은 “올해 초부터 대형마트와 문구소매업체들이 묶음단위 판매 품목에 대해 수차례 논의했고 오늘 발표한 조치는 양측이 합의해 도출한 결과”라며 “묶음판매로 예상되는 대형마트 납품업체들의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적합업종 지정 이후 문구 소매업체들이 자립방안을 적극 강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동반위는 2015년 동반성장지수 체감도 조사 방법 개편안도 의결했다. 동반위는 체감도 지수를 기존 상대평가 방식을 이용하면서 업종 특성과 기업규모 등에 따라 2개 그룹으로 나눠 발표하기로 했다. 또 2·3차 협력사로의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고자 2차 협력사 체감도 반영 비율을 현재의 15%에서 20%로 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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