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盧대통령, 무얼 남길까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두가지 측면에서다. 첫째는 사회적 갈등의 심화와 경제난국 탓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취임 초기부터 ‘전자개표 조작’을 들고 나올만큼 ‘노무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세력에 의한 ‘증오의 굿판’이 사사건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점을 감안해도 ‘국정이 원만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두번째는 ‘역사 흐름의 맥’이 노 대통령을 분기점으로 끊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얼마 전 만난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의 걱정과 한숨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개혁 그룹에 속하는 그는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탄식했다. ‘재보선 결과와 대선 결과는 항상 달랐다’고 하지만 그의 걱정대로 ‘대통령 노무현’의 업적을 기반으로 차기 정권을 획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 업적 기반 정권재창출 기대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고 치자. 그것은 단절을 뜻한다. 좋든 싫든, 원했든 그렇지 않았든 전두환 정권 후 직선제 대통령(노태우)-민간출신 대통령(김영삼), 개혁과 보수의 연합(DJP)에 의한 사상 첫 정권 교체(김대중)-민주세력 단독의 정권수립(노무현)으로 이어지면서 조금씩 발전해온 민주화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누가 되든 새롭게 정권이 들어서도 민주화라는 대세를 크게 되돌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훗날의 역사는 전두환 이후 노무현 정권까지를 ‘민주주의 실험의 실패기’로 규정할 수도 있다. 레이스 결과의 책임은 최종 주자의 몫이다. 결국 어떤 정치적 관점을 갖고 있더라도 노 대통령은 최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된다. 노 대통령이 우군이라고 믿었던 사람일수록 퇴임 후 그에 대한 평가는 낮아질 수도 있다. 수십년 공든 탑이 무너지는 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문제와 답은 항상 같은 곳에 있다. 어떻게 하면 ‘최악의 대통령’을 면할까. 두가지 측면에서 시작한 것처럼 두가지 해답이 가능하다. 첫째는 노 대통령 자신이 말했듯이 ‘사회적 통합’을 위한 리더십의 재정립이다. 경제 회생도 이런 환경에서 보다 쉽게 이뤄진다. 두번째는 정권 재창출이 가능할 만큼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남에게는 관대해지고 자신에게는 보다 엄격해지는 데 있다. 우선 상대를 인정하는 게 급선무다. 미국 대통령을 두어시간 만나기 위해 하루 이상 비행기를 탈 정성의 절반만이라도 국내에 쏟는다면 사회적 통합은 쉬워지게 마련이다. ‘미국인보다 미국을 더 걱정하는 사람’도 축구선수 박주영의 플레이에 열광하는 한국인이다. 도덕성 증명 위한 泣斬馬謖 자기에게 엄격해지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지난 2002년 TV토론회에서의 노무현 후보가 떠오른다. 그는 “나도 흠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흠은 범죄에 해당된다”고 말한 적 있다. 대선 결과는 유권자들이 노 후보의 상대적 도덕성을 높이 평가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임기의 반환점을 눈앞에 둔 지금, 정권의 도덕성이 이전만큼 인정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대목에서 이광재 의원께 드리고 싶은 고언이 있다. ‘스스로 의원직을 버리시라’고. 비슷한 시대를 지냈기에 손가락을 자른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유전게이트’ 의혹도 ‘부풀려진 소문’으로 생각하지만 정권의 도덕성을 증빙하기 위해 그는 기꺼이 희생양이 될 필요가 있다. 그가 꿈꿨던 세상을 위해서도, 훗날의 명예를 위해서도 그렇다. 결단 없이 정권의 도덕성을 설득할 길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더라도 노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것은 불행이다. 실패를 딛고 다시 출발해야 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과연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될까. 2년반여의 시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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