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당국, 역외선물환 직접규제] ‘환투기 세력 예봉 꺾기’ 초강수

“투기세력의 환율교란을 용납할 수 없다. 달러가 다른 나라에서 약세를 보인다고 원화가 무조건 절상돼야 한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방어노력이 되레 투기를 조장해 외환시장을 위기로 밀어넣지 않을까 걱정스럽다”(시중은행 외환딜러 K과장) 세계적인 달러약세와 서울 외환시장의 `원화의 나홀로 약세`를 보는 외환당국과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차는 이처럼 크다. 작년 하반기부터 외환시장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온 정부는 환투기조짐이 보이자 `역외선물환(NDF)시장직접규제`라는 초강수를 들이댔다. 이에 따라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은 개장초 급등해 일단 당국의 힘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원화약세가 언제 깨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동원할 만한 수단을 거의 모두 써 여기서 밀리면 환율은 겉잡을 수 없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시장개입이 얼마나, 어느 수준까지 원화가치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열쇠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은 `외환당국이 곧 무너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시장안정을 지켜왔기 때문에 투기세력에 밀리지 않고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달이 고비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강수를 들고 나왔지만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겠다`는 것은 아니며, 투기세력의 예봉을 꺾겠다는 의지로 보고 있다. ◇정부 “투기세력 용납 않는다”강한 의지=정부가 이날 내놓은 NDF거래 규제조치는 외국인들의 환투기를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NDF시장은 서울 외환시장의 환위험을 선물거래를 통해 헤지(hedgeㆍ회피)하는 보조시장으로서의 선기능과 함께 투기적거래라는 부정적인 기능도 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해 NDF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13억4,000만달러로 전년의 6억7,000만달러보다 2배로 늘었다. 4ㆍ4분기에는 22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최중경 국장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하루 20억~30억달러가 거래되는 데 최근 역외시장에서의 달러 매도가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은 투기세력의 장난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NDF시장에 대한 직접 규제가 불가피하며, 규제로 인해 역내ㆍ외 시장의 환율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투기세력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하자 외환시장에는 달러 매수세가 쏟아져 들어와 환율은 한 때 10원 이상 올라 달러당 1,192원50전까지 상승하는 등 일단 정부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 “여기서 밀리면 위험”인식=문제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점차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달러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시로 시장에 개입하며 강도를 높여왔다. 처음에는 `대행기관(국책은행 등)을 통한 달러 현물 매입`에 국한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역외시장에서의 선물환거래를 통한 개입`으로 강도가 높아졌고 결국 `역외선물환 시장에 대한 직접 규제`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조치가 나온 15일 환율이 상승해 일단 시장이 `굴복`하는 것으로 비쳐지고는 있지만, 여기서 정부가 밀리면 환율은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더 이상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 `환율 연착륙` 가능할까=16일부터 외환시장에서는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부터 투기세력들이 `달러매도 원화매수`거래를 통해 쏟아 부은 자금은 5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당국에 밀릴 경우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정부 역시 배수진을 치고 달러를 사들일 태세다. 승부는 이 달이 고비다. 정부의 목적은 달러가 계속 약세를 보이는데도 원화가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투기세력을 제압해 이들의 `기`를 꺾는데 있다. 어차피 정부도 `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정부가 주시하고 있는데도 투기세력들이 공공연히 시장에 `난입(亂入)`하는 것을 두고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 달 말까지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된다”며 “투기세력이 일차로 손을 털고 나가면 정부도 좀 더 유연한 자세로 돌아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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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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