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고금리 수신경쟁 간접규제를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우리 외환시장은 크게 출렁거린다.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높은 비(非)기축통화국이 겪는 일반적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몇 차례에 걸친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금융산업은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ㆍ금융ㆍ노동시장 등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체질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채비율이 하락하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이 강화됐으며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고가 대폭 증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금융 부문에 수차례에 걸쳐 위기가 찾아왔다. 2003년의 신용카드 대란,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금융불안은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우리 금융 부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크지 않아 큰 위기로 진전되지는 않았다. 日 보험사들 경쟁 끝 파산 그러나 최근 고금리 수신경쟁은 금융기관의 부실화와 실물 부문 악화 등 큰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기관들은 2009년부터 시작된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당시 국고채 수익률이 3.6%대임에도 불구하고 7~8%의 고금리를 제시했다. 금융감독원의 강력한 행정지도로 극단적 과열현상은 막았지만 아직도 금융기관들은 시장금리를 훨씬 웃도는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국제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 투자된 해외자금의 이탈은 크지 않고 오히려 해외로부터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몇 달째 3.25%로 동결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당분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들의 고금리 수신경쟁은 여전하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 이후 이탈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ㆍ보험ㆍ새마을금고 등 전 금융권이 5~6%대 고금리 특판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높은 수신금리는 더 높은 대출금리, 주식ㆍ부동산ㆍ해외투자 등 위험자산 투자 확대로 이어져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연금ㆍ장기저축성보험 상품의 수신경쟁이 격화돼 5%대의 고금리 상품을 제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보험상품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계약기간이 초장기이므로 투자자산의 안정적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에 경기가 장기 침체되고 해외투자 실패, 초저금리 지속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끼리 무리한 고금리 수신경쟁을 벌이다 닛산생명ㆍ도쿄생명 등 7개 생명보험 회사와 제일화재가 파산했다. 이들이 계약자에게 제시했던 금리는 4~5% 수준으로 운용수익률의 2배나 됐다. 과점산업에서 새 상품이 출현하면 초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진다. 원가 이하의 가격경쟁으로 손해를 보게 되면 퇴출되는 기업이 나타나고 시장이 정리되면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져 새로운 균형을 찾아간다. 금리 리스크 자산건전성 반영을 그러나 금융산업의 경우 가격(수신금리) 경쟁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지급여력에 문제가 생기면 예금인출 사태를 가져와 통제불능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금융산업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감독ㆍ규제를 하게 된다. 금융 부문이 국민 경제를 견실하게 뒷받침하려면 단기적 시장점유율 제고를 위한 과열 금리경쟁을 지양하고 안정적인 사회적 제도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사전적 관리ㆍ규제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강압적 지도를 통해 수신금리 경쟁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직접규제는 실효성도 떨어지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금융기관의 자산운용 수익률에 대비한 수신금리 리스크를 체계화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지표에 반영하는 간접규제 방식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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