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5부터 다시 관찰하기로 한다. 그 수는 상하의 백을 차단하여 할 수만 있다면 둘 가운데 하나를 심하게 괴롭히겠다는 원대한 목적을 지닌 수였다. 적어도 그 수를 둔 창하오로서는 그렇게 보이고 싶어했다. 그러한 심리를 잘 아는 조훈현이므로 지금이 현혹의 타이밍이라고 느끼고 26을 역으로 물어본 것이었다. 흑이 가에 이으면 나로 연결하여 백은 우상귀의 실리를 접수하는 동시에 이 방면의 백대마를 안정시키게 된다. 창하오는 순간적으로 흑25라는 기착점의 효능과 위신을 생각했다. 백나를 허용해서는 내 기착점의 효능과 위신이 손상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27이라는 응수를 놓게 했던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더라도 27로는 가에 꽉 이었어야 했다. 지금은 흑25라는 돌과 우상귀의 실리는 포인트에서 한참 벗어난 문제였던 것이다. 흑27의 죄과는 나중에 백40이 놓였을 때 비로소 클로즈업된다. 무심코 가에 이으려던 창하오가 뭔지 수상쩍은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다보니 어허, 독수가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서둘러 41로 상변 흑대마를 돌본 것까지는 좋았는데 백에게 42를 허용하고 보니 어느새 실리로 흑이 모자라는 바둑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흑41을 게을리하면 참고도의 백1 이하 11(8은 1의 자리 이음)로 흑대마가 잡힌다. /노승일·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