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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도로 수술 통행료 거품 뺀다] "돈 안되는 사업만 떠맡겨 통행료로 메꾸기 불가피"

■ 건설업계 입장은

컨소시엄은 담합 아닌 리스크 분산


민자유치 고속도로의 첫 사례인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지난 1993년 착공 당시 국가재정으로 추진하다 재정부족 등을 이유로 2년 뒤인 1995년 민자유치 사업으로 전환했다. 한동안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투자자를 찾지 못하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이후 정부가 노선이 같은 인천공항철도 조기 개통을 추진하면서 다시 한번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철도를 조기 개통할 경우 예상보다 도로 교통량이 줄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시 사업참여 출자사들의 주장이었다.

결국 정부는 민간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마련에 나섰고 이후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처음 적용한 제도가 바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다. 정부는 인천공항고속도로에 MRG 명목으로 지난해까지 1조원가량을 지불했고 계약기간인 오는 2020년까지는 계속 국고로 손실을 메꿔줘야 하는 상황이다.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 이 같은 혈세낭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수익성'에 있다. 애초에 민자사업 대상 자체가 수익성이 낮은 프로젝트들이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낮으면 통행료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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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다.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많은 수도권 남부 구간은 재정을 투입했지만 가장 교통량이 적은 일산~퇴계원 수도권 북부 구간은 민자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2006년에야 겨우 개통이 이뤄졌다. 이렇다 보니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권 통행료는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남부권에 비해 요금이 2.6배나 비싸게 책정돼 있다. 반면 민간업계가 수차례 사업제안서를 낼 만큼 사업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제2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정부는 여전히 재정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민간 투자자들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컨소시엄 형태의 '담합'이나 과도한 하도급 역시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만들어놓은 사업구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애당초 사업성이 낮은 구조이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라도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사업성이 낮은 만큼 늘어나는 자금조달 비용 등을 전체 사업비에서 제하다 보니 그만큼 하도급 업체에 발주하게 되는 공사비 비중도 낮아지게 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만 민간에 떠맡기는 식의 기존 사업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자사업에서 불공정 행위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업이 법적·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사업성이 확보돼야 과도한 혈세낭비나 민간업체의 불법행위도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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