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행정능률과 민주주의/유종근 전북지사(로터리)

요즈음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경쟁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가끔 나에게 지방행정구조에 관한 개선방안을 조언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정보처리 능력과 교통·통신 수단이 오늘날과 같이 발달된 사회에서 굳이 읍·면·동 사무소가 없어도 시청이나 군청까지 찾아가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도 않을 뿐더러 행정구조의 간소화로 인한 능률향상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나는 적어도 행정에 있어서는 능률만 추구하는 것이 항상 능률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행정의 효율성에 있어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독재체제보다 비능률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민주국가들이 독재국가들보다 경제발전에서도 앞서고 있는 현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구소련이 사회주의 혁명 이후 처음 얼마 동안에는 매우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사회주의 개발정책을 선호하기도 했다. 북한의 경우를 보더라도 1970년대 초까지는 경제적으로 우리를 앞지르는 것 같았다. 이같은 초기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민주적인 국가들이 궁극적으로 침체와 몰락을 면하지 못한 것은 민의의 수렴을 통해 잘못되어가는 것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피드 백」(feedback)기능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국가라 해도 정부가 주민과 밀착하지 않아 의사수렴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행정의 비능률성이 누적될 수 있다. 민의 수렴을 통해 이루어지는 민주행정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부터 행해져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그들과의 거리를 극복하기가 어렵다. 주민과 함께 생활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문제들에 대해 주민 본위의 생활행정을 펴나갈 수 있기 위해서는 그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읍·면·동을 폐지하기보다는 오히려 읍·면·동의 행정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읍·면·동장 선출을 직선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표면상 다소 능률이 저하된다 해도 궁극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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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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