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2차 정상회의를 끝으로 폐막된 2005 부산 APEC은 향후 우리나라 통상정책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화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물결에 사실상 한국이 동참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결론은 요즘 정치권 내에서 논의되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다.
역내 무역ㆍ투자 자유화 플랜의 세부 실행계획을 담은 부산 로드맵, 그리고 도하개발어젠다(DDA) 정상 특별성명의 탄생 이면에는 의장국인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DDA 특별성명을 놓고 회원국간 진통이 적지않았으나 성명서를 채택해야 된다는 우리나라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이유에서 일까. 2005 부산 APEC에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로버트 포트먼 무역대표부 대표는 의장국인 한국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18일 1차 정상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어깨를 두드리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포트먼 대표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큰 역할을 해냈다”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포트먼의 발언에서는 한국과 미국은 통상정책에서 앞으로 ‘한 몸’이라는 인상을 풍기기까지 했다.
◇한국, 세계화에 본격 동참한다=노무현 대통령은 19일 폐막 기자회견에서 “양극화나 격차, 또는 빈곤 얘기를 하면 세계화에 반대하는 견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며 “양극화 격차해소는 세계화를 받아들이고 보다 개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제안임을 명백히 해두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통상정책은 한편으로는 세계화에 편승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농업 등 여러 부문에서 개방으로 대변되는 세계화가 가져다줄 손실이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DDA 협상에서 한국은 폭넓은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간의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2005 부산 APEC은 한국이 중간적 위치에서 벗어나 세계무역기구(WTO)로 대변되는 세계화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DDA 특별성명 등을 한국이 이끈 것은 단순히 의장국 차원에서 떠나 다자간 무역체제, 즉 세계화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는 길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농업ㆍ서비스 등 시장개방 가속화된다=서비스시장과 농업시장 등 민간시장 개방은 여전히 담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스크린쿼터, 지적재산권, 농업시장 개방 등 적지않은 분야에서 개방 폭을 놓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2005 부산 APEC에서 한국은 무역ㆍ투자 장벽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것만이 부(富)를 축적하는 수단임을 대내외적으로 표방했다.
DDA 협상으로 대변되는 세계화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서비스와 농업 분야다. 특히 한국은 이 분야에서 개방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5 부산 APEC에서 한국은 민감 부분에 대해서도 폭 넓은 문호 개방을 약속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