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찜통 더위에 지친 그녀, 어딜 가나 봤더니…

주부들 가마솥 더위에<br>백화점으로 피서 쇼핑<br>여름용품 등 매출 급증


# 주부 심모(39)씨는 찌는 듯한 더위로 초주검이 되는 점심 때가 되면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찾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푸드코트에서 허기를 채우고 바캉스 관련 제품 등을 구입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 홍대 근처에 홀로 사는 직장인 최모(41)씨는 폭염을 견디기 위해 집에서 10m 떨어진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 꽁꽁 얼린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등을 사기 위해 하루에도 서너 번 편의점을 방문하는 게 일상이 됐다.


지난 7월 중순부터 본격화된 폭염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유통가에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3사의 7월 매출은 지난해 7월에 비해 3~4% 늘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월별 신장세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7월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8%(기존점 기준) 상승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4.3%, 3.2%가량 늘었다. 올해 주요 백화점의 월별 매출 증감률 기준으로 1월에 -4.1%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폭염 효과가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7월 매출은 올해 월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구매품목도 폭염과 관련된 여름의류ㆍ식품ㆍ바캉스 용품에 집중됐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스포츠 부문이 25.5%, 아웃도어 부문이 19.1%가량 매출이 늘며 신장세를 주도했고 영트렌드 여성의류는 9.4%, 남성 트렌드 정장 매출은 16.4% 신장됐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여성 캐주얼 의류 매출이 12.3%, 선글라스 매출이 23.5% 확대됐다. 주류 매출도 71.1%나 증가했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장마가 지난해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종료되고 바로 폭염이 시작되면서 고객 수가 장마기간에 비해 15% 정도 늘어 매출증가를 견인했다"며 "반값 할인, 80% 할인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도 먹히지 않던 마케팅 '약발'이 폭염으로 한꺼번에 해결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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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효과'는 편의점에서 두드러졌다. 7월 들어 최대 편의점 업체인 CU(옛 훼미리마트)는 15.4%, 세븐일레븐은 24.3%, GS25는 15.4% 매출이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열대야에 런던올림픽의 영향으로 심야시간대 매출이 급증해 CU의 경우 심야시간(0시~오전6시) 매출 신장률이 24.2%를 기록했다. 판매 증가율 1위 상품은 아이스크림(49%)이었고 얼음(34%), 아이스드링크(32%), 생수(29%) 등 갈증해소 상품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땀을 억제하는 기능의 데오도란트ㆍ선크림ㆍ기름종이 등 남성화장품 판매량이 129.2%나 늘어나며 가장 큰 신장세를 보였고 수입맥주 매출 증가율도 63.4%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더위 특수로 모처럼 움츠린 어깨를 폈다"고 전했다.

편의점들의 상반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늘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증가율은 세븐일레븐이 22.6%로 가장 높았고 CU 20.3%, GS25 19.3% 등을 기록했다.

폭염은 영업일수 제한으로 매출감소에 시달리는 대형마트에도 도움을 줬다. 이마트의 경우 7월1∼20일 매출이 11.7% 줄며 두자릿수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찜통더위가 본격화하며 이후 5.8% 증가해 실질적인 '더위 효과'를 봤다. 이마트의 7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7.3% 줄었고 롯데마트의 경우 7.4%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폭염이 두자릿수 이상 매출감소라는 최악의 수를 면하게 해준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이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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