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몰빵 한국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4에는 스마트 포즈라는 기능이 있다. 사용자의 시선을 인식해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멈추게 하는 눈동자 인식 기술이다. 참 대단하다. 그런 생각을 한 것도 대단하고 그 생각을 기술로 구현한 것도 대단하다. 갤럭시S5에는 또 무슨 경천동지할 기술을 선보일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잠깐. 애플의 아이폰5는 새로움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갤럭시S5도 그럴 수 있지 않나. 물론 갤럭시S5에는 새로움이 있겠지만 그 다음에 나올 갤럭시S6나 갤럭시S7은 어떨까. 제 아무리 삼성전자라도 갤럭시S10 정도까지 가면 더 이상의 새로움이 없지 않을까.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더 이상의 새로움이 입혀지지 않을 때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때는 올 것이다. 인류의 최고 발명품 중 하나인 PC도 매번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어느 틈엔가 스마트폰 속으로 녹아들며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그때가 오면 삼성전자는 무엇으로 돈을 벌까.


삼성전자는 올 1ㆍ4분기에 8조7,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중 6조5,100억원을 스마트폰을 만드는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이 벌었다. 영업이익기여율이 74.1%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사업 부문은 IM 부문ㆍ소비자가전(CE) 부문ㆍ부품(DS) 부문 등 3개가 있다. IM부문은 계속 커지고 나머지 2개 부문은 계속 작아진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삼성전자라는 회사 이름을 삼성IM으로 바꾸는 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2ㆍ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2분기에는 갤럭시S4 판매가 실적에 잡히면서 IM 부문의 영업이익기여율이 더 올라갈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보면 어느 한 부문이 월등히 잘 하는 것보다는 3개 부문이 골고루 잘 하는 게 좋다. 그래야 어느 한 부문이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부문이 빈 곳을 메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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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분야에 자원이 집중되고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수익이 나는 구조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10대 그룹 29개 계열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15조3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했다. 착시다.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언젠가부터 'ex삼성전자'라는 표현을 쓴다. '삼성전자를 빼고 계산하면'이라는 뜻으로 삼성전자 탓에 생기는 분석의 왜곡을 막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삼성전자를 빼고 다시 계산하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4%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6일 기준 1,136조원이다. 삼성전자는 223조원, 19.6%를 차지한다. 코스피지수가 그래도 꺾이지 않고 2,000선 주위에서 맴돌고 있는 데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크다. 뒤집어보면 삼성전자로 인해 코스피지수가 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잘 알고 지내는 전업투자자를 만나 우리나라 증시를 놓고 얘기를 나눴다. 그는 과거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오를 종목을 추천해주는 일을 한, 이른바 장외 주식고수다. 그의 고민은 스마트폰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한국을 먹여 살리는 데 스마트폰 다음이 무엇인지, 누가 그걸 준비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코스피지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희망처럼 3,000을 돌파하려면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몇 개는 더 나와야 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이후 스마트폰 이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야 한다. 시가총액 2위 기업인 현대차는 삼성전자를 밀치고 1위 기업으로 퀀텀 점프할 수 있는 비상한 발상의 전환을 해야 된다.

몰빵은 좋지 않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얘기는 다들 알고 있다. 한국이 10대 그룹만 힘쓰는 나라여서는 안되듯 10대 그룹도 삼성그룹만 쳐다보는 구조는 곤란하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에만 의지해서는 안되듯 삼성전자도 스마트폰만 믿어서는 위험하다. 포스트 스마트폰을 찾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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