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포퓰리즘이 국가흥망 가른다] 벼랑 끝에 선 호세프

고위각료 잇단 부패사건으로 지지율 급락<br>연정 불협화음 조율못해 정치력도 도마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당선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집권 8개월 만에 고위각료들의 잇따른 부패사건 등으로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 취임 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여성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지금은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고 비틀거리는 연정을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지도 하락의 큰 원인은 브라질의 고질병인 부패 문제다. 브라질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료와 공무원들의 부패사건이 터지고 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30여명의 관광부 공무원들이 2014년 월드컵 준비를 위한 예산을 착복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에 앞서 월간지 베자가 만성적인 교통부의 공사발주금액 과다계상 사건을 보도하자 호세프 대통령은 아우프레두 나시멘투 장관을 포함한 10여명의 공무을 파면했다. 6월 이후 나시멘투 외에 안토니우 팔로시 수석장관, 네우슨 조빙 국방장관, 와그네르 호시 농업장관 등 4명의 장관이 부패사건과 연루돼 줄줄이 사임하거나 경질됐다. 호세프 대통령은 개혁을 위해 만성적인 부패에 단호히 대처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연정에 참여하는 많은 정당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 브라질 기업인은 "상파울루의 공항 보수를 위해 군에 용역을 발주한 결과 민간업체들이 제시한 가격의 5분의1이면 충분하다는 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며 "모든 정부 공사는 5개 건설회사가 독식하는 구조가 수십 년간 이어져왔을 정도로 부패의 사슬이 깊다"고 말했다. 호세프의 정치력 부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임자인 룰라는 1980년 당시 직접 현재 집권 노동자당(PT)을 창당한데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노동계ㆍ종교계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섞여 있는 PT당을 이끌어왔다. 또 노동운동을 하면서 터득한 노련한 협상력으로 10여개의 연립정권 참여정당들을 무리 없이 다독거리며 정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호세프 대통령은 이러한 협상력을 갖추지 못해 집권 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세제ㆍ재정개혁, 2014년 월드컵, 2016년 하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준비를 위해서는 다른 정당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영국의 BBC방송은 최근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풀지 못할 경우 호세프 대통령이2014년 재선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호세프의 고전 속에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은 선거법상 3연임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선을 한 차례 건너뛰면 출마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호세프 정부 출범 이후 홀대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룰라의 2014년 대선 출마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룰라의 30년 지기인 훌리우 캄포스 멜루씨는 룰라의 재도전 가능성에 대해 "그는 현재 아프리카 기아 해결 등 국제적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면서도 "정치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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