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ㆍ출입화물 물동량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부산항과 광양항이 사흘째 마비돼 수출입길이 끊기면서 `경제 대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컨테이너 반 출입 차질이 당분간 지속될 경우 수출화물 대부분이 선적되지 못해 수출길이 막히고, 부산항도 장치장(부두 내 컨테이너 적재장소) 부족으로 더 이상 하역을 할 수 없는 항만기능 마비사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항만기능 마비 우려=선박에서 내린 수입화물 컨테이너가 반출되지 못하면서 부산항 주요 부두의 컨테이너 장치율이 위험수위에 육박하면서 항만기능 마비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11일 오전 각 부두별 컨테이너 장치율이 감만부두의 경우 대한통운 터미널 103.4%, 세방터미널 94.4%, 신감만부두는 81.7%에 달했다. 또 감천한진부두는 80.9%에 이르고 부산항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을 처리하는 신선대부두와 자성대부두도 각각 74%와 60.5%에 달해 평소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이는 이미 적정선을 넘어 위험수위에 도달했고 2~3일 정도 반출이 안될 경우 더 이상 부두에 컨테이너를 쌓아둘 공간이 없어 하역작업이 완전 중단되는 항만기능 마비로 이어질 전망이다.
◇항만은 물류대란의 화약고=부산항은 국내 컨테이너 화물의 80%, 광양항은 10%가량을 담당하고 있어 이 두 곳의 항만 수송차질은 곧바로 국내산업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송차질이 며칠간 더 지속될 경우 수출화물을 제때 선적하지 못해 국내기업의 해외 신뢰도 저하는 물론 외국선사들의 부산ㆍ광양항 이탈에 따른 엄청난 국가적 손실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 운영사들은 “현재 환적가능 여부를 묻는 외국 하주 및 선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수송차질이 장기화되면 상당수 외국선사가 중국ㆍ일본으로 이탈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의왕ICD 파업 예고=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내 20여개 컨테이너 운송회사의 지입차주들이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함에 따라 20~30%선이나마 이뤄지고 있는 컨테이너 수송이 완전 마비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의왕 ICD는 수도권 및 중부권 대부분의 컨테이너 화물이 집합되는 화물수송의 거점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곳으로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곳이 봉쇄될 경우 사실상 모든 컨테이너 수송이 마비된다.
◇경남ㆍ충청지역 등도 진통=화물연대 경남지부와 운송업체인 세화통운㈜가 지난 7일부터 운송비 인상안을 놓고 닷새째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되면서 한국철강의 원자재반입 중단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진지부도 운송업체와 10일 오전부터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운송비인상률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화물연대 충청지부 조합원들은 당진 한보철강과 환영철강 공장 앞에 화물차량 100여대를 주차 시킨 채 제품 수송을 거부하고 있어 5일째 물류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최석영기자,홍준석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