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0년대 막대한 전산화투자 거액낭비

1990년대 기업들이 전자상거래부터 재고 관리에 이르는 모든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기술분야에 투입함에 따라 생산성과 경제성장률은 큰 폭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동시에 기술 분야에서 막대한 자금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는 과거 25년간의 기술부문 지출에 관한 연구 결과 미국 기업들이 지난 2년간 불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다른 기술부문에 1,400억달러를 내다버렸다고 추정한다. 조사전문업체인 가트너는 전세계 기업들이 기술부문에 들인 2조7,000억달러의 연간 투자가운데 20%를 낭비했다고 추산했다. 기업들의 기술 투자가 실패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성급한 매수 지난 90년대 기업들은 전자상거래와 웹사이트, 기업 내부 네트웨크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호황기에 이뤄진 기술 매수가운데 적어도 85%는 재무 담당자들와 협의없이 기술 담당자들이 단독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 그 결과, 미 기업들은 지난 98년부터 2000년까지 필요 이상의 웹서버 소프트웨어에만 10억달러를 내던졌다고 가트너는 분석했다. PC 제조업체 게이트웨이의 경우 지난 2000년 자회사인 전자상거래 업체 NECX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온라인 상점 강화 계획을 세웠으나 NECX의 소프트웨어가 기존 시스템과 맞지 않는 바람에 계획은 실패, 지난해 1억4,000만달러를 탕감했다. 지난 2000년의 Y2K 문제도 기업들이 패닉을 일으킨 요인으로 꼽힌다. 전력 차단과 은행 ATM 기기 장애, 제트기 추락 등에 대한 우려 가운데 현실화 된 것은 거의 없지만 기업들에게는 거액의 청구서가 남았다는 것. ▲ 불안정한 시스템 전개 기업들은 단시일에 새 시스템을 깔고 빠른 시일내 성과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시스템을 전개하고 수익을 내기까지는 수 년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 방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지적이다. 허쉬 푸드가 좋은 사레다. 허쉬는 지난 99년 제품 주문이 몰리는 여름에 맞춰 세 가지 소프트웨어 패키지 설치를 마쳤지만, 총 1억1,200만달러에 달하는 시스템의 일부 소프트웨어가 기존 프로그램과 호환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키세스 초콜릿 등 허쉬 제품들은 운송이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되는 바람에 재고로 가득히 쌓이게 됐고, 허쉬는 3분기 수익의 약 20%를 깎아먹는 1억2,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나이키도 지난 5년간 소매업체들과 본사간 연계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해 인기 품목만 바닥이 나는 사태를 초래, 지난해 수익 둔화의 요인이 됐다. ▲ 불필요한 기술 투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제품에 끊임없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기술은 점점 복잡해지고 비용은 높아진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에 1달러를 투입할 때마다 드는 기술 자문비용은 1년 전의 두 배로 늘어난 5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산업 기술 자문업체인 카베오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00으로 업그레이드를 했지만, 이로 인해 부가된 새로운 기능이 생산성을 높이지는 않았다는 것이 CEO인 조지 맥널티의 지적.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으려면 무조건 업그레이드를 해야만 한다"는 그의 설명이다. ▲ 새로운 역학 전문가들은 향후 기업들이 보다 구체적인 목표에 초점을 맞춘 기술 투자를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기업들은 기업규모의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보다 부분적인 개선에 투자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계약금액은 5,000만달러 규모가 흔하던 90년대 말에서 지금은 평균 100만달러로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변화는 새로운 역학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인포메이션위크지의 편집장 스테파니 스탈은 힘의 중심이 매수자에게로 옮아갔다고 설명한다. 기업들은 또 그동안의 혼잡을 정리하고 나섰다. 지난해 여름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사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과의 계약 재협상에서 기존 비용을 20만달러나 절감했으며, 전화 및 인터넷 서비스 계약을 15개에서 3개로 줄여 24만달러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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