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왜 외국관광객이 늘지 않는가?

학교에 다닐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가 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빼어난 문화적 유산이 풍부하고 특히 경주의 석굴암과 불국사는 세계적으로도 불가사의한 문화유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호기심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천년고도인 경주나 500년 도읍지인 서울의 고궁들을 보려고 줄지어 들어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해외 관광지출액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반면에 입국하는 외국 관광객 수는 연평균 3%정도 증가에 그치면서 제자리걸음이다. 게다가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쓰는 1인당 평균지출액은 오히려 줄고 있는 추세다. 과거 기생관광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난 이후 한국방문의 해 캠페인 등 계속되는 관광객 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들어오는 외국 관광객이 별로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의 특급호텔에 투숙하면 1박에 350달러를 내야 하고 한 끼에는 30~40달러정도가 든다. 우리도 비싼 물가를 피해 제주도보다 태국 등지로 나가면서 외국인들이 제주도에 오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또 외국인들에게는 우리의 얼굴표정이 대체적으로 굳고 무뚝뚝해보인다고 한다. 호텔을 나가보자.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택시하며 먹을거리도 만만치가 않다. 족발이며 선지해장국 등은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이지만 외국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뉴욕에서 교포가 운영하는 식당이 잡채를 샐러드바의 웰빙메뉴로 소개해 뉴요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일본인이 덴버에서 시작한 요보볼(쇠고기덮밥의 일종)의 체인점이 미국 전역에 확대된 것처럼 우리 한식도 패스트푸드나 글로벌 식품으로 개발돼야 한다. 관광지 호텔의 커피숍에서 신문을 보며 조용히 아침식사를 하기도 어렵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부모를 따라 여행온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렌터카를 몰기도 어렵다. 도로의 표지판은 표시가 잘 안돼 있거나 혼동하기 쉬워 초행길인 내국인도 표지판에 의지해가는 것이 쉽지 않으니 말이다. 무릇 우리의 문화적유산과 현재의 관광인프라가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 외국인 입장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 제한적인 숫자의 문화유적만으로는 관광을 지탱해나갈 수 없다. 다른 즐길 거리, 먹을거리, 서비스를 새로 개발하고 보강해야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관광상품도 국가 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상품의 질과 다양성, 그리고 가격경쟁력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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