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허치슨 그룹/중 남부 항만사업독점 해운왕국 도약

◎수출항 8개 장악 미등 경쟁사 압도/작년순익 12억불 그룹전체 20%나/천안문사태이후 외국기업 철수때오히려 투자확대 「선점전략」 적중중국의 교역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중국남부지역 수출항구의 운영권을 놓고 홍콩자본과 외국자본간에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있다. 이 싸움에서 최근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은 홍콩의 대표적인 친중국계 기업인 허치슨 그룹. 아시아 최대부호인 이가성회장(68)이 이끄는 허치슨그룹은 지난 91년부터 중국남부지역 항만에 대한 투자를 단행, 중국제품의 수출급증에 따른 이익을 톡톡히 챙기고있다. 현재 중국의 수출항중 허치슨이 장악하고있는 항구는 광동성 대붕만의 염전항(사진)을 비롯, 모두 8개로 미국의 시랜드등 외국 라이벌사를 완전히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룹전체로 지난해 총4백73억9천만 홍콩달러(61억2천만 미달러)의 수익을 올렸던 허치슨은 이 가운데 항만운영과 관련해서는 80억7천만 홍콩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순익에서도 항만운영사업은 전체의 20%를 차지, 그룹의 대표적인 주력사업으로 뿌리를 내렸다. 물론 이같은 항만운영수익의 4분의3은 현재 홍콩항의 퀘이 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거두고 있지만 고무적인 것은 염전등 중국연안항의 항만사업 수익이 갈수록 늘고있다는 점이다. 홍콩투자청 관계자는 『올해 허치슨의 항만운영 수익이 전년에 비해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는 퀘이 청 터미널등 홍콩지역내 사업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광동성내 지앙멘 컨테이너항, 난하이,상하이등 신규 투자사업지에서 수익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허치슨은 오는 98년말에는 그룹전체 수익의 10%가 중국 항만사업에서 거두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허치슨이 이처럼 중국수출항 운영사업에서 선두를 달리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이가성 회장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선점전략 덕분이다. 지난 89년 발생한 천안문사태이후 홍콩을 비롯한 대부분의 외자기업이 신규투자를 망설이고 있을때 허치슨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확대했다. 화물량급증과 선적관련 비용 급등으로 갈수록 경쟁력이 뒤떨어지고있는 홍콩항에 비해 수출증가에 따라 이들 중국항의 항만운영사업 전망이 매우 밝다는게 당시 이회장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지방정부가 염전항을 국제적인 항구로 개발하기 위해 외국의 투자희망기업을 찾았을때 허치슨만이 유일하게 참여의사를 밝혔다. 염전항개발사업을 통해 지방정부의 신뢰를 얻은 허치슨은 이후에도 계속 다른 지방정부로부터 항만개발사업 참여를 요청받게 됐다. 이회장은 이기간동안 중국의 정치지도자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아 중화권내 최고의 경제실력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연안 항구의 항만운영사업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허치슨도 최근 강력한 도전을 받고있다. 외국항만기업들중 가장 거세게 허치슨의 아성을 위협하고있는 회사는 미국의 시랜드사. 이 회사는 홍콩의 뉴월드그룹과 제휴, 천진북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상해로 사업을 확장하는등 뒤늦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시랜드사 남중국법인의 크리스 콴 법인장은 『경제개발특구주변을 중심으로 투자후보지를 찾아봤지만 전략적인 투자지는 모두 허치슨이 개발해버린 상태』라며 낙담하는 표정이지만 허치슨의 독주를 방관치않겠다고 벼르고있다. 중국 지도부와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놓은 이가성과 허치슨그룹의 아성에 시랜드 등 후발주자들이 얼마나 파고들수 있을지 세계해운업계는 주목하고있다.<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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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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