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비리와 소방대원의 마약투여 사건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한수원 입장에서는 치명타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원전 가동정지에 고구마 줄기처럼 캐도 끝이 없는 한수원의 비리에 한수원에 원전을 믿고 맡길 수 있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외부제보가 없었다면 이 같은 사실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실제 올 들어 한수원은 계속된 비리사건이 드러나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한수원이 지난 9월 내놓은 '2012년 자체감사 업무실적(검찰 수사 결과 포함)' 자료를 보면 원전 납품비리 및 고리 1호기 정전 사고와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2011년 11월~2012년 7월) 총 36명의 직원이 사법처리됐고 10명은 기관통보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계약과 납품검사시 편의를 봐주고 돈을 받거나 직원이 업체를 직접 운영하고 동료들은 이를 묵인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었다.
한수원의 자체감사에서도 신재생사업 관련 금품수수 의혹, 협력사 직원 금전대차 같은 일들이 적발됐다.
한수원은 9월 고리원전 소방대원이 필로폰을 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대국민 사과를 한 적도 있다. 최상의 안전문화를 갖춰야 할 한수원이 직원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비리로 얼룩져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수원의 폐쇄적인 문화가 비리를 키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원전 건설은 1기당 건설비가 1조~2조원에 달하는 대형 공사다. 원전운영시에도 부품 등의 납품업무가 많은데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금품수수가 이뤄진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에서 조직진단 차원의 고강도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뜩이나 잦은 고장으로 국민들이 원전을 믿지 못하는데 계속 부품과 비리 문제가 나오니 한수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