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새정부 자원외교 험로 예고

리비아, 엘리펀트 광구지분 축소 요구…한국, 사실상 수용<br>'자원민족주의' 거세져 유사사례 빈발 우려



리비아 국영석유회사(NOC)가 한국석유공사에 대해 한국컨소시엄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국 내 엘리펀트 광구의 ‘생산물 분배계약’을 리비아에 유리하도록 다시 체결하자고 요구, 우리 측이 사실상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산유국들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이미 맺어진 국제계약조차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꾸는 자원민족주의의 한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새 정부의 자원외교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리비아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 유전의 경제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내세워 일부 세제혜택을 주는 대신 우리측 지분의 일부를 자국으로 돌리는 내용으로 ‘생산물 분배계약’을 다시 맺자고 요구해와 양측 사이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리비아 중서부의 사막 지역에 위치한 이 광구는 가체매장량이 5억5,900만배럴에 달하며 하루생산량은 13만배럴이다. 이 광구는 우리나라의 첫 해외유전개발사업인데다 2004년 상업생산에 들어간 후 국제유가 급등으로 큰 이익을 남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석유공사ㆍSKㆍ마주코통상ㆍ대성산업ㆍ서울도시가스 등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이 11.66%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또 리비아 측이 65%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한국컨소시엄과 함께 공동개발주체인 이탈리아 석유회사 Eni가 보유하고 있다. 리비아 측의 제안은 한국컨소시엄의 지분을 7%선으로 낮추는 대신 그만큼을 자국의 지분을 돌리자는 것으로 리비아는 자국 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석유회사들에 대해 이와 유사한 계약조건 변경을 일제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승국 석유공사 생산운영처장은 “원칙적으로 대응할 경우 국제사법재판소 등에 재소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우리 측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리비아 측의 요구를 반영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이 문제를 지식경제부(옛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등과 논의했고 주리비아 한국대사관까지 나서 리비아 정부 및 NOC와 협의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근 자원민족주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 같은 일이 빈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관계부처간 대책회의를 갖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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