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녹차가 위기에 빠졌다. 녹차 생엽(生葉) 가격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업체들이 녹차 관련 제품들을 잇따라 개발, 판매에 나서면서 녹차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생산농가들은 영농자금 상환 조차 어렵다며 울상이다. 15일 보성군과 보성차(茶)시험장에 따르면 녹차 생엽 1kg당 가격이 지난해 2,000원 선에서 올해 1,000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보성지역에서는 885ha 차 재배지에서 연간 6,230t의 녹차를 생산, 전국 차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보성차시험장의 최정 연구사는 “녹차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들이 개발되고 특히 국내 대형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녹차관련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녹차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가공업체들의 창고에는 녹차재고가 쌓여있다”며 “전망과는 다른 시장의 움직임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재배농가에서는 중국산 현미녹차가 원자재로 수입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어 가격하락의 원인 분석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판로개척을 위해 다양한 제품 개발에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성군 녹차사업단 윤형귀씨는 “지자체들이 무분별하게 재배면적을 늘리고 있는 것도 녹차가격을 떨어뜨리는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녹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농민들이 대체작물로 선호하면서 구례, 하동, 장흥, 해남 등지에서도 녹차재배를 본격화하면서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도 녹차가격을 떨어뜨리는 원인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